[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추진을 두고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 완판'이라고 규정하며 공개 비판에 연일 나서고 있다. 윤 총장이 "직을 걸겠다"고 하면서까지 수사청 신설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내부 호응과 결속을 위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윤 총장이 3일 방문한 대구고검과 지검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전국 검찰청 중 마지막 방문지이긴 하지만 현재 대구지검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김태은 부장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한 고형곤 부장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검찰의 역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검찰청인 셈이다.
이날 윤 총장은 일선 검사 등과 간담회에서 여당의 수사청 신설 추진에 대해 부당성을 강조하며 검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특히 검사들은 수사청에 대해 "누구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대검찰청은 수사청 설치에 대한 의견을 전국 일선청에 묻고 관련 의견들이 올라오면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다.
각 일선청을 비롯해 내부에서는 수사청 설치에 적극 반대하는 분위기다.
김민아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는 이날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고, 그로 인한 손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현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제도의 개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었다.
전날에는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31기)가 목소리를 냈다. 정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새로운 형사시스템이 정착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을 없애버리는 것은 사실상 검찰을 폐지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에는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40기)가 "지난 3년 이상 수차례 검찰개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차례의 수사,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시도 끝에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있는 시기에 생뚱맞게 수사청이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윤 총장이 수사청 반대를 위해 총장직 사퇴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와관련 윤 총장은 수사청 반대를 위해 총장직도 사퇴할 용의가 있냐는 취재진 물음엔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전날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힌 만큼 여전히 사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선 검사들은 윤 총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한 검사는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수사청 신설을 막고 있으니깐 검사들도 윤 총장의 뜻을 사수하려는 분위기"라며 "집단 반발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사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수청 신설을 막는 것에는 내부의 호응을 얻기 위한 전략도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사라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내부 단합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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