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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지털위안, 글로벌 간편결제 판도 바굴까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1 14:08

수정 2021.03.11 15:00

내년 디지털위안 등장 가능성 높아져 
청두에서 역대 최대 규모 디지털위안 공개실험
디지털위안, 간편결제 시장 장악 가능성
중국 투자자 가상자산 시장 대거 이탈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의 디지털위안 공개 테스트가 공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디지털위안이 공식 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행할 디지털화폐가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과 가상자산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디지털위안은 법정화폐로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지원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수수료도 낮아 민간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게 이유다. 또한 디지털위안 발행 이후로 화폐 통제권을 강화해 가상자산 투자가 위축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가상자산 채굴과 투자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의 가상자산 투자가 위축될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투자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오는 19일까지 청두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디지털위안 공개실험을 한다.
중국인민은행은 오는 19일까지 청두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디지털위안 공개실험을 한다.
中, 청두서 역대 최대규모 디지털위안 실험

<중국 디지털위안 공개실험 현황>
시기 지역 참여자수(명) 총 규모(위안) 주요 사용처
2020년 10월 12~20일 선전 5만 1000만 로우후 지역 3389개 지정매장
12월 11~27일 쑤저우 10만 2000만 1만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 및 징둥닷컴
2021년 1월 7~17일 선전 10만 2000만 선전 내 1만개 이상의 지정매장
2월 1~9일 선전 10만 2000만 롱후아 지역 3500개 이상 지정매장
2월 11~17일 베이징 5만 1000만 왕푸징 내 지정매장 및 징둥닷컴
2월 10~26일 쑤저우 15만 3000만 1만6700개의 지정매장
3월 3~19일 청두 20만 4000만 청두 내 1만1000개 지정매장 및 징둥닷컴

11일 관련업계와 중국 현지 주요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청두에서 디지털위안 공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개 실험은 지금까지 진행한 것보다 공개 테스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중국은 앞서 베이징, 쑤저우, 선전 등에서 총 6차례 디지털위안 공개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청두에서 진행하는 디지털위안 공개실험을 위해 중국인민은행은 총 20만명에게 총 4000만위안(약 69억원)을 배분했다.

중국은 이미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매우 발달돼 있어 디지털위안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중국인민은행 판 이페이(Fan Yifei) 부총재는 "현금은 생산 및 보관에 많은 비용이 들어 디지털화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국 정부는 현금이 불법 용도로 이용될 경우 파악하기 어렵고 위조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디지털위안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디지털위안을 분배하면,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현금을 디지털위안으로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위안, 간편결제 위협?

디지털위안이 나오면 기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사진=뉴스1
디지털위안이 나오면 기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디지털위안이 일차적으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와 직접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각각 13억명, 8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이용자수 기준 전세계 간편결제 1, 2위 서비스다. 디지털위안이 이들 세계 1, 2위 간편결제 서비스와 직접 경쟁해 우위를 차지할 경우 세계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가 뒤집어지는 것이다.

피터슨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Martin Chorzempa) 연구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중앙은행 대 민간기업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라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라는 거대 간편결제의 대안으로 국가가 지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을 바라는 것이 디지털위안 추진을 자극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20년 2·4분기 기준으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규모는 총 59조8000억위안(약 1385조원)으로 전체의 94%를 점유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QR코드 스캔이나 결제 링크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디지털위안은 유리한 고지에서 기존 간편결제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위안은 법정통화로서의 대우를 받기 때문에 쇼핑 시 업주들이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나의 경우 업주들이 선택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디지털위안이 중국 내에서 익숙한 QR코드 등의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민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디지털위안, 가상자산의 위협"

디지털위안이 나올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위안으로 유동성이 이동할 경우 중국의 가상자산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위안을 통해 화페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코노믹타임즈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가상자산 유동성 제공업체인 B2C2재팬을 이끌고 있는 필립 길레스피(Phillip Gillespie)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위안은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이 가상자산 플랫폼의 유동성을 빨아 내면 '패닉 셀링(Panic selling)'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닉 셀링은 주로 주식시장에서 갑작스러운 요인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마구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중국은 2017년부터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디지털위안 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가상자산 채굴장을 폐쇄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가 가상자산 채굴장을 4월 말까지 전면 폐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은 이미 지난 해 은행법을 개정해 디지털위안 외에 다른 가상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거래수단으로서 가상자산의 매력은 줄어 들고 달러나 금 같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의 매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CBDC가 그린 화폐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CBDC가 등장하면 차세대 거래수단으로 역할을 모색했던 가상자산의 입지가 위축될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희소성, 영속성, 편의성 등 특성을 통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은 희소성과 영속성 측면에서 금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희소성이 있다. 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한 디지털 세계에서 영원히 존재 가능하다.
디지털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성까지 갖췄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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