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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파운드리시장 혈투 돌입… K-반도체 '호황 속 위기' [격동의 반도체시장]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9 18:24

수정 2021.03.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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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정부 지원 업고 도전장
中은 한국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후발업체 추격에 메모리도 위기
'퍼스트 무버' 삼성 위기감 고조
100조 파운드리시장 혈투 돌입… K-반도체 '호황 속 위기' [격동의 반도체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월 4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월 4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 극자외선(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품귀현상,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시스템반도체가 호황을 보이자 미국의 인텔이 자본·기술력에 바이든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도전장을 내민 데다 메모리 시장에선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승자가 되기 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파운드리에 쏠린다. 제품 생산을 위탁할 업체는 줄을 서 있는데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퍼스트 무버'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파운드리 혈투, 시장재편 예고

29일 관련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6% 성장한 896억달러(약 9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0조원대에 육박하는 반도체 업체들로서는 생사를 걸고 도전해야 하는 시장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거대 경쟁자를 추격해야 하고, 메모리에선 후발업체들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전략을 주도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에서 손을 뗀 것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파운드리 시장은 글로벌 업체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한때 20조원대 투자를 발표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가 사실상 폐업을 선언했다. 이 틈을 이용해 미국의 인텔이 도전자로 등장하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텔은 2016년 백기를 들고 철수했던 사업임에도 올해 22조원 이상을 투자,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이 분야 1위인 대만의 TSMC도 올해 설비투자에 30조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4%로 1위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17%가량이다. 인텔의 성장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만큼 애플을 비롯한 미국 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中자본에 매각" 청와대 청원

한국이 자칫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욕증시 상장 국내회사인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자본 매각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 글에 대한 청원동의는 78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에서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아직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나 매그나칩을 인수하게 될 경우 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과 전력반도체 사업에서 빠른 시일 내에 기술력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며 매각 반대 의견을 밝혔다.

■K반도체 초격차 전략도 차질

D램 분야에서 점유율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42%로 삼성이 부동의 1위지만 문제는 기술분야에서 경쟁사들의 맹추격이다. D램 3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말 176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8단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업계의 구조상 선발업체들은 끊임없이 조단위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하지만 후발업체들은 적은 비용으로 기술추격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170억달러 규모의 공장 증설을 미국 내에서 검토 중이며, 경기 평택의 신규 파운드리 라인 P2는 완전가동이 임박했다.
평택 P3라인도 지난해 착공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에만 올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미세공정에서 기술격차는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조공정에서 생산수율이기 때문에 미세공정만으로 우위를 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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