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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재 연장에 北 "도쿄 안간다" '맞불'...文, 올림픽 구상 차질(종합1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6 12:00

수정 2021.04.06 12:09

北올림픽위 총회 후 12일 만에 불참 결정 뒤늦게 공개
日정부 독자제재안 연장 지켜 본 뒤 결정한 듯
日정부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
文대통령 대북구상 차질 불가피
스가 총리, 김정은 위원장과 북일대화도 멀어져
대북 전문가들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지난 2018년 2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018년 2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김현우 강규민 기자】 북한이 코로나19사태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더해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연장하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일, 북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며 도쿄올림픽 때 북·미 협상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이 난코스로 접어들었다. 다만, 대북 전문가들은 미·일의 기류에 따라, 북한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시점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는 6일 "(지난 25일 열린 북한)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총회가 지난 달 25일 평양에서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뒤 12일이 지나, 뒤늦게 불참 결정을 공표한 것이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장면. 로이터 뉴스1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장면. 로이터 뉴스1

회의 직후 당시 북한은 되레, 체육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한 과업과 방도를 짚으며 "새로운 5개년 계획기간 국제경기들에서 메달 획득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온 나라에 체육 열기를 고조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도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전망을 낳게 했었다.

북한 올림픽위원회 총회에는 김일국 올림픽위원장 겸 체육상이 보고자로 나섰고 올림픽위원회 위원과 체육 및 연관 부문 간부들이 참석했다.

북한이 12일이나 불참 발표에 뜸을 들인 것은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 연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오는 13일 기한이 도래하는 독자 제재 조치를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와는 별도로, 2006년부터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수입 및 수입 관계 선박의 입항 금지에 국한했으나,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2009년부터는 수출 금지를 추가하는 등 제재 수위를 한층 높여 2년 단위로 연장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스가 총리는 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납치자 문제에 담판을 짓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북·일 정상회담에 의지를 보이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구상에 내심 호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재개에 나서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고 있는데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북·일 간의 대화 통로가 단절된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소식통은 본지 통화에서 "북한이 생각보다 코로나 방역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북·미 대화나 북·일 대화를 통해 얻을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90%이상은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미·중 갈등 심화, 바이든 정권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지는 것, 문재인 정권의 힘이 급속히 빠지고 있는 것 등이 두루 감안된 결과"라며 "다만, 올림픽 개막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을 채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었다.
도쿄올림픽 개막일(7월 23일)까지 3개월 이상 남아있고, 미국, 일본에 기류 변화가 있을 경우, 극적 반전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현우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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