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간병인에 가래뽑고 소변줄 갈게 해" 시민단체 5개 병원 고발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4 14:23

수정 2021.04.14 14:23

간병시민연대 등 6개 단체 5개 병원 고발
병원 고유업무 간병인 등에 떠넘기는 관행
의료현장서 간병인이 '썩션·관장·소독' 업무
[파이낸셜뉴스] 병원이 간병인들에게 환자들의 간호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현실을 시민단체들이 고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내 주요 5개 병원에서 간병인과 환자 보호자들이 사실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시와 방조 책임이 병원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입원 환자 곁에 상주하며 간호사의 역할을 일부 분담하는 한국의 후진적 의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간병시민연대와 환자권익연구소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주요 5개 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환자권익연구소 제공.
14일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간병시민연대와 환자권익연구소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주요 5개 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환자권익연구소 제공.

■'간병인에 의료행위' 주요 5개 병원 고발
14일 오전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서 간병시민연대와 환자권익연구소 등 6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주요 병원들의 무분별한 간호간병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는 이들 단체 외에도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건강벗 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삼성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소위 5대 병원이라 불리는 상급의료기관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전국의 병원에서 간병인들이 하는 의료행위는 실로 다양하다"며 "가장 많이 하는 썩션(가래뽑기)은 간병인 누구나가 다 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간병인 소개 업체나 파견업체에서는 아예 교육을 시켜서 병원으로 보낼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이들을 교육까지 시키는 실정"이라며 "소변줄 갈기, 유동식 투입, 소변량 체크, 관장, 소독 그리고 투약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같은 행위는 모두 의료행위로 의료인에 의해 행해져야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은 채 비의료인인 간병인과 환자 가족 등에게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으로, 과징금 등 처분 대상이다.

단체는 이 같은 불법이 만연해 환자들이 위험에 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도 언급했다. 단체는 "환자들은 기관에게 보고도 되지 않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각종 의료사고에도 노출된다"며 "유동식을 주입하다가 폐렴이나 기도 막힘 사고가 나는 것을 비롯해서 관장을 하다가 감염되는 경우, 투약을 할 때 곱게 약을 갈아야 하는데 제대로 갈지 않은 약을 먹이다가 목에 걸리는 사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간병인들은 이런 행위들이 의료행위이고 의료법 위반이라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면서 "병원과 의료인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더 나아가 비의료인인 간병인과 가족들에게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의료행위를 떠넘김으로 인해 환자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자 1차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5개 대형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간병인이 쓰는 간이침대는 한국과 대만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병원 내 환자 간병은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fnDB
간병인이 쓰는 간이침대는 한국과 대만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병원 내 환자 간병은 간호사가 담당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fnDB

■문제는 비용, 있는 법이라도 지켜야
병원이 의료의 영역인 간호를 비의료인인 간병인 등에게 떠넘기는 건 비용 때문이다. 충실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적정 수의 간호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아끼고자 각 병동에 최소 간호인력만을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간병을 위해 사용하는 병상 옆 간이침대는 선진국 병동에선 찾아볼 수 없는 한국 병원의 특수한 도구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에서 간호하고 간병하는 주체는 간호사다.

특히 제대로 된 의료지식이 없는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병원 내 감염우려를 증가시키고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하게 된다는 우려에 한국도 지난 2013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병원들의 소극적 참여로 지난해 기준 한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률은 병상 기준 20.6%에 불과하다.

입원환자 5명 중 1명만이 입원 시 간병인 없이 간호사의 간호간병 서비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015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전국 공공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도입률은 턱없이 낮다.
지난해 기준 전국 93개 공공의료기관 중 81곳, 3만2377개 병상 중 8334개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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