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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엔비디어의 ARM 인수 조사 착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0 05:32

수정 2021.04.20 07:30

[파이낸셜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어 로고가 2015년 2월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래라 본사에 걸려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어 로고가 2015년 2월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래라 본사에 걸려 있다. 로이터뉴스1

영국 경쟁당국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어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인수하는 것에 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영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여기에 이날 안보위협 문제까지 더해져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조사로 인해 합병 가능성이 25%에서 10%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엔비디어는 지난해 9월 ARM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스포츠부(DCMS) 장관은 CMA에 서한을 보내 엔비디어의 ARM 인수에 관해 '1단계' 조사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CMA는 조사 뒤 7월말까지 보고서를 작성해 관할·경쟁 이슈들에 관해 조언하고, 양사간 합병이 국가안보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도 평가를 내릴 계획이다.

다우든 장관은 CMA 권고를 토대로 특정 조건을 내걸고 합병을 승인할지, 아니면 더 자세한 '2단계' 추가 조사를 지시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DCMS가 국가안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반도체 부문이 방산 관련 기술의 기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우든은 "ARM 인수제안에 관해 신중히 검토한 뒤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한 개입을 지시했다"면서 "영국은 번창하는 영국 기술산업을 지원하고,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고는 있지만 이번 건과 같은 합병이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설명으로 이날 영국 정부 결정은 산업전략과 영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엔비디어와 ARM간 합병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법인 유클리드로의 반독점 부문 파트너 변호사 배킷 맥그래스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합병건이 고전적인 방산 관련 국가안보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맥그래스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개입은 "최근 수년간 점점 더 통상적인 것"으로 진화했다면서 "경제 국수주의와 산업 전략 어젠다"가 부상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RM은 지난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됐다. 소프트뱅크는 벤처투자 업체로 ARM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고 지분만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ARM을 엔비디어에 팔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엔비디어는 인텔, AMD, 퀄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과 직접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로 ARM의 반도체 설계 특허로 시장 경쟁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

이는 영국 경쟁당국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다.

또 한 가지는 ARM 본사를 이전하고, 특허권을 빼갈 것이란 우려다. 엔비디어가 단기적으로는 본사를 지금처럼 영국 케임브리지에 계속 두겠지만 결국에는 본사를 미국으로 빼갈지 모른다는 우려다.

시가총액 기준 영국 최대 기술업체를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어는 영국 정부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어 최고경영자(CEO)는 ARM 이름도 그대로 유지하고, 본사는 계속해서 케임브리지에 두며, 투자도 확대하고, 특허권도 영국에 두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ARM이 영국 정부를 안심시키는데 실패해 '2단계' 조사가 진행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경쟁, 국가안보 등에 관해 심도 깊은 조사가 이뤄진다.

CMA 대변인은 "합병 뒤 합병사가 엔비디어 경쟁사들에 대한 특허권(지적재산권) 면허 서비스의 품질을 낮추거나 값을 올릴지, 아니면 아예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을지에 관한 조사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양사간 합병에 관해 조사 중이며 경쟁사들을 비롯한 제3자 업체들에 관련 내용에 관한 진술을 요청한 상태다.

영국이 의례적인 합병 조사인 것처럼 말은 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는 엔비디어의 ARM 인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아티프 말릭은 복잡한 반독점·국가안보 문제에 관해 심도 깊은 검토가 이뤄지면 이 블록버스트 합병 합의가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비관했다.


말릭은 "이는 (합병) 승인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불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합병 통과 확률을 25%에서 10%로 낮춘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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