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합법과 불법 가를 기준도 없이…"가상자산 단속 얘기만"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1 17:36

수정 2021.04.21 17:36

정부 6월까지 특별단속
투자자 보호도 손 놓은 채
"거래소 선택 잘해야" 권고만
합법과 불법 가를 기준도 없이…"가상자산 단속 얘기만"
금융당국이 잇따라 가상자산을 악용한 자금세탁이나 사기범죄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나서고, 정치권에서도 강력 단속 의지를 밝히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올들어 4개월 동안 2배 이상 급등하던 가상자산 투자 시장이 단번에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가격 올리기용 거짓 정보 유포나 비성장적인 가상자산 단기 급등 등 정부 단속을 비웃는 사례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단속 강화로 시장에 찬물만 끼얹을게 아니라 가상자산 투자시장에 합법과 불법을 가를 수 있는 정책 기준선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이어 여당도 "단속 강화"

21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열 양상 속에서 각종 불법행위, 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지도부의 인식 공유가 있었다"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4~6월을 가상자산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범정부 차원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집중단속 하기로 한데 이어 정치권에서도 단속 강화에 가세한 것이다.


정부의 가상자산 단속의지 표명에 가상자산 투자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업비트 기준 국내 비트코인(BTC)의 최저가는 6600만1000원으로 최고가 8199만4000원에 비해 19.5%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거래, 보호장치 전무

그러나 정작 하루 거래대금이 이미 주식시장을 넘어선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 대한 정책적 가이드가 없어 정부 단속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사기성 투자 유인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해도 이를 모니터링해 원인을 찾고,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인 조치는 없는 것이다.

올 4월 들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 하루 거래액을 뛰어 넘었다. 4월 1일부터 21일까지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20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단 3일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8일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액이 약 35조원을 기록, 약 17조원이었던 코스피의 2배 가량 많은 거래액을 기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인마켓캡에서 집계가 가능한 상위 14개 거래소의 수치만 더한 것이란 점에서 실제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주식시장에 일반화된 투자 정보 제공에 대한 규정조차 가상자산 시장에는 없다. 수시로 각종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거짓정보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를 단속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정부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폐쇄할 경우 투자자 피해를 보상할 절차도 없다. 정부는 투자자를 향해 거래소를 주의깊게 선택하라는 권고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가상자산 투자 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류투자시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일부 투자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의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경계를 명확히 정하고 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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