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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시 속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나선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2 12:42

수정 2021.05.02 12:42

신규 투자자 많아지며 피해 발생 가능성↑
주요 거래소, 자체 투자자 보호책 실행
정부가 나서서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정책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개별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의 급등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허위 정보에 의존해 투자해 피해를 보는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발행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허위 공시에 대한 적발 및 제재, 가상자산 가격 조작 세력 등에 대한 감독 등 투자자 보호책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빗썸, 보호예수 등 투자자 보호책 마련

빗썸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대량으로 매도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상세히 모니터링하는 보호예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2일 밝혔다.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상자산 발행사의 백서에 제시된 유통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매도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이 탐지해 거래를 제한한다. 주식의 보호예수 제도처럼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대량으로 매도해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빗썸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대량으로 매도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상세히 모니터링하는 보호예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2일 밝혔다.
빗썸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대량으로 매도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상세히 모니터링하는 보호예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2일 밝혔다.
업비트도 잇따라 투자자 보호책 내놔

업비트는 최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금을 회수,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업비트는 최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금을 회수,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업비트는 지난 2월 내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에 악용된 피해금을 회수에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FDS는 의심스러운 거래 시도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용자의 거래량이나 입출금이 갑자기 증가했거나, 가상자산을 매수해 외부로 보내기만 하는 행위도 의심거래에 포함된다.

업비트는 또 외부 가상자산 지갑에서 업비트로 입금된 가상자산을 72시간 동안 원화로 출금하지 못하도록 지연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가상자산 시세가 더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해외 거래소에서 산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로 보내 현금화하려는 차익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다.

또 이용자의 보안등급에 관계 없이 원화 입금 한도를 1회 1억원, 1일 5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 외에도 업비트는 최근 유튜브 방송 및 기타 미디어를 이용해 투자자를 선동하고 특정 가상자산의 매수를 부추기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채널을 열었다.

이 밖에도 코인원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방지를 위해 최초 출금 시 72시간 제한 및 본인확인 인증절차를 두고 있다. 또 FDS를 운영하면서 적발된 건에 대해 출금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거래소 안전거래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

코빗도 기본적으로 자체 FDS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고객의 5000만원 상당 가상자산 피싱 피해를 FDS로 예방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통해 가상자산 입출금 발생 시 최대 3초 안에 이상거래여부 탐지해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있다.

"정부 손 놓으니 자체적으로 할 밖에"
가상자산 업계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피해 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피해 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 거래액을 넘어설만큼 활성화된 가운데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자체적이로라도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련 제도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27일 "가상자산 거래소 규정을 통해 보다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반 정도 제도화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관심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정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서 한발짝 나아간 것이다.

업계는 정부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시장을 대하던 기존의 시선을 바꿔 투자자를 보호하고 산업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책을 만들고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이래도 되는 지 물어볼 곳도, 답을 제시해주는 곳도 없어서 답답하다"며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면 투자자들도 불안할 수 밖에 없고 블록체인 산업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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