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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네 번째 부자의 이혼.. 146兆 재산 어떻게 쪼갤까 [빌 게이츠 부부 27년만에 파경]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4 18:43

수정 2021.05.04 18:43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멀린다 게이츠, 빌 게이츠. 뉴스1류이터
멀린다 게이츠, 빌 게이츠. 뉴스1류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로 세계 4위 부자인 빌 게이츠가 부인 멀린다와 결혼 27년 만에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이혼 사실을 공개했으며 미국 시애틀의 킹카운티 고등법원에 이혼신청을 공동으로 한 것이 확인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은 이혼신청 서류에 "결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고 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혼신청서에 자산분배와 관련된 합의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해달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의 자산이 1300억달러(약 146조원)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빌 게이츠의 순자산이 1240억달러(약 139조원)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770억달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1570억달러), 프랑스 명품업체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1500억달러)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금융데이터 업체 팩트세트는 빌 게이츠가 MS 지분 약 260억달러(약 29조원)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멀린다 게이츠가 얼마나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부는 지난 1994년 결혼하면서 혼전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이츠 부부는 시애틀 인근에 6131㎡ 규모의 대저택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과 포시즌스호텔, 미국 자동차 유통체인 오토네이션, 캐나다 국립철도를 비롯한 많은 기업의 지분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가 거주해온 워싱턴주는 부부가 혼전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혼 시 자산을 50대 50으로 나눠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이츠 부부는 이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같이 이끌어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로 남아 활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재단은 민간 자선재단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세금신고서를 보면 재단의 자산은 510억달러(약 57조1000억원)를 넘는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자신들의 자산 중 360억달러(약 40조원)를 게이츠재단에 쏟아부었으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주식 20억달러를 포함한 기부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단체 중 하나로 키우며 공중보건과 교육, 환경 개선을 지원해왔다.

이 재단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대처하기 위해 17억5000만달러(약 1조9600억원)를 제공키로 약속했으며 여기에는 빈곤국가에 공급될 백신 1억회분 생산 지원도 포함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전 세계에서 직원 1600명을 거느리면서 매년 약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글로벌 공중보건과 개발 분야에 지원해왔다.
게이츠 부부가 이혼 후에도 자선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멀린다가 독자적 자선사업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자선활동 전문가인 데이비드 캘러핸은 이들 부부의 이혼 합의 내용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멀린다가 받은 이혼 위자료로 자신의 재단을 별도로 세울 경우 미국 최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어 부부가 공동으로 운영해온 재단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과학 교수 롭 라이크는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게이츠재단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선단체"라며 "부부의 이번 이혼으로 재단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진행해온 자선사업에도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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