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에 합의한 두 사람의 불화는 재단운영의 주도권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온다. 재단 설립은 멀린다의 아이디어였다. 로이터통신은 "멀린다가 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랜 여정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재단에서 매년 보내는 연례 서한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 다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재단 설립 15년이 지난 2015년에야 두 사람은 재단의 연례서한을 동등하게 작성했고, 공동명의로 보낼 정도였다.
멀린다는 2019년 저서 '끌어올려야 할 때'에서 연례서한을 계기로 "빌은 동등해지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고, 나는 당당히 일어서서 동등해지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고 기술했다. 멀린다는 앞으로 여성인권운동가로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멀린다는 "세계의 절반이 뒤처지면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고 있다"며 "힘을 가진 여성들이 사회를 바꾼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결별이 단순히 사생활에 그치지 않는 것은 재단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 퇴치에만 2조원 가까이 기부했다. 기아와 질병 퇴치, 백신 개발은 물론 억만장자들의 유산 기부운동을 주도하는 등 57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27년간의 결혼생활은 끝내지만 재단 일은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 사회공헌과 공중보건, 교육 및 정보기술 분야 관계자들은 후폭풍을 걱정한다. 두 사람의 파경이 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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