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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심판받은 文 부동산 정책, 왜 기조 고집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0 18:00

수정 2021.05.10 18:07

“죽비 맞고 정신이 번쩍”
정부 시장 간섭 손 떼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fn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fn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기 금지 등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래야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곧바로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리둥절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은 번쩍 들었지만 문제가 된 행동 자체는 바꾸지 않겠다고 우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과연 이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에게 부동산은 아킬레스건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1.7)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처음 머리를 숙였다. 4·7 보선이 끝난 뒤엔 수석보좌관 회의(4.19)에서 "국민의 질책을 쓴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죽비' 발언은 '쓴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 임기는 꼭 1년 남았다. 그러니 지금 기조를 바꾸면 정책이 더 뒤죽박죽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릇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문 정부 4년간 집값은 역대 정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임대차 3법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상승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임기가 1년이 아니라 단 1개월이 남았어도 심각한 정책 오류는 손을 대는 게 옳다.

시장은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는다. 신뢰의 위기다. 정부가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정책은 시효를 다했다. 공시가격 산정, 재건축 승인 권한 등은 지자체에 넘기길 권한다. 대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균형발전 등 국토개발의 큰 틀을 세우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서울 집값 잡겠다고 수도권에 줄줄이 신도시를 세웠더니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산다.
사람이 몰리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인구가 빠져나가야 집값이 안정된다.
균형발전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큰 정책이야말로 청와대와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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