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사설인증서 연합군’ 만들겠다던 시중은행, 결국 뿔뿔이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7 18:08

수정 2021.05.17 18:08

A은행 인증서로 타 은행도 이용
인증서 호환 논의 수개월째 제자리
경쟁력 뒤처질 우려에 소극적
사설인증 확대 기대에 ‘각자도생’
국내 5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사설(민간)인증서를 서로 호환해 쓸 수 있는 논의가 중단됐다. 은행들이 인증서 호환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각자도생의 길로 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자서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각 은행들이 독자 인증서를 선보였고 주요 은행들은 서로의 인증서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공동인증서 폐지를 대비해 논의됐던 인증서 호환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국세청의 연말정산 시 인증서 시범사업자 선정,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 공동인증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의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은 지난해 각자의 사설 인증서를 다른 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예를 들면 A라는 고객이 신한은행의 사설인증서로 국민은행 앱에 접속해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게 하자는 것.

공인인증서가 사라지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은행들은 한 두번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현실화 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까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열린 자세로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마저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사설인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각 은행들이 인증서와 관련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면서 모든 논의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인증서 호환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계기는 지난해 연말 국세청 연말 정산 인증서 시범 사업자 선정이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후보 사업자로 5곳을 선정됐는데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이것이 다른 은행들에게 자극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협력보다는 경쟁력 강화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으로 돌아 선 것. 여기에다 올해 8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공동인증서 논의가 급물쌀을 타면서 각 은행들이 유불리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증서 호환은 물건너 갔다"며 "현재 사설 인증서 시장이 열린 지 반 년도 안된 상태라 좀 더 시장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면 다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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