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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이어 망간까지… 중국 '소재산업 무기화'가속페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3 17:26

수정 2021.05.23 17:31

배터리 핵심소재 코발트 대체
철강 강화제로도 쓰이는 망간
中 정부 지원하에 카르텔 형성
글로벌 전기차·철강업계 긴장
반도체 핵심소재 희토류도
환경오염 핑계로 생산 통제
美 수입량의 80% 쥐고있어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들을 무기화하고 있다. 독점적 공급력을 통해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배터리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면 당장 억제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이 철강 강화 첨가제에서부터 배터리용 코발트의 대체 소재로 활용되는 망간을 움켜쥐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공급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망간 생산업체 수십곳이 지난해 10월 정부 지원하에 '망간 혁신 연합'을 출범해 사실상 카르텔을 만들었다.

중국은 전세계 망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망간광은 전세계 곳곳에 묻혀있지만 제련 작업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서만 이뤄진다.

폭스바겐, 테슬라 등이 망간을 값비싼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를 대체하는 대체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광산업체들에 따르면 제련된 망간은 t당 최대 4000달러로 코발트의 10분의1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코발트를 망간으로 대체하면 같은 니켈양으로 전기차 생산을 30%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소재산업에서 전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코발트, 니켈을 비롯해 재충전용 배터리 핵심 소재 제련은 이제 중국을 거쳐야 한다. 또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75%, 전세계 전기자동차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다른 배터리 소재와 함께 아프리카 보츠와나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에 활용될 수 있는 망간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의 금속부문 담당 이사 스콧 야르함은 "중국이 수년에 걸쳐 엄청난 투자를 퍼부었다"면서 "중국은 이제 상당수 배터리 금속에서 압도적인 선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야르함은 "황화망간을 원한다면 중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광산 개발) 프로젝트들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망간연합이 올해 철강강화를 위한 첨가제로 쓰이는 망간 공급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뒤 이 망간첨가제 가격은 석달 동안 50% 넘게 폭등했다.그러나 아직은 배터리용 망간으로까지 손을 뻗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용 망간은 전체 망간 생산의 2%에 불과하다. 다만 황화망간 가격은 소폭 올랐다.

자동차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업체 폭스바겐은 한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가능한 여러 공급자를 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본 닛산도 위험을 분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 공급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업체인 글렌코어의 아이번 글래슨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서구 자동차 업체들이 순진하게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소재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이 공급 고삐를 죄면서 전통적인 망간 소비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지난해 11월보다 30% 높은 값을 치렀고, 물량부족으로 인해 들여오는 규모도 줄여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망간 시장은 석유, 철강, 구리 등과 달리 거래소를 통해 국제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업체간 개별 협상으로 가격이 정해져 불투명하다. 큰 손이 가격을 휘두를 여지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희토류 생산량도 줄이고 있다. 희토류 생산지인 장시성 일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를 이유로 최근 한달간 생산 공장 가동을 줄였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희토류 생산량을 줄이는 반면 신에너지차량, 가전제품, 풍력발전 등에서 쓰이는 희토류 수요는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는 전기·전자·촉매·광학·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극희귀 광물이다. 전세계 희토류 중 9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등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스마트폰·전기차 배터리·미사일·F-35전투기 등을 생산하려면 희토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은 한 해 1만t 가량의 희토류를 수입하며 이중 약 80%가 중국산이다.
중국은 이미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분쟁을 겪을 때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든 전력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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