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핀테크 닮아가는 은행… 업무방식·조직 싹 바꿔

이용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3 17:34

수정 2021.05.23 17:34

8월 마이데이터 앞두고
금융권 플랫폼 경쟁 본격화
개발자 채용 대거 늘리고
애자일 조직 방식 등 도입
올해 8월 마이데이터 시대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조직체계를 핀테크처럼 애자일·디봅스(개발+운영) 조직으로 개편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시작되면 플랫폼 경쟁의 본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의 업무방식과 조직체계로는 핀테크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은행을 포함해 총 200여명이 넘는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애자일·디봅스 조직의 특성을 이식한 '플랫폼 조직' 체계를 전 사업부서에 적용하려 하는데, 사업조직마다 개발자가 요구되는 만큼 많은 개발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각 플랫폼 조직은 신설 직위인 PO(Product Owner)가 상시적으로 담당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조직 규모에 따라 기존 차장급들이 PO를 맡기도 한다.
이어 해당 조직문화를 전파하고, 내부인력을 키우기 위한 애자일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조직 뿐 아니라 기술 개발 환경도 바꾸고 있다. 우선 시스템 운영을 위한 최적의 구조인 아키텍처를 분산화할 계획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이와 대비되는 모노리식 구조를 따랐는데, 해당 구조는 앱 내 특정 기능을 개선할 때도 앱 전체를 사용 중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분산 아키텍처는 각 기능이 독립적으로 운영돼 앱을 기준으로는 이체 기능만 개선할 때는 대출 등 다른 기능을 고객이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초 디지털그룹 내 DI(Data Intelligence) 추진단에 'D&A 플랫폼부'를 신설해 우리금융 IT 계열사인 우리FIS의 개발자 인력 40명을 해당 부서에 배치했다. 개발자가 일반 사업부서에 들어와 빅데이터, AI,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 개발 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기업금융플랫폼부를 신설해 디봅스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뱅킹에서도 기업별 요구 사항이 늘어가 맞춤형 서비스를 신속히 개발해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NH농협은행도 올원뱅크셀과 IT올원뱅크셀 조직을 애자일로 운영하며 사업부서와 IT부서 간 장벽을 허물었다. 신한은행도 상품·서비스 개발과 고도화 과정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 담당자 간의 협업을 위해 애자일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애자일 형태의 셀조직을 도입했으며, 올해는 플랫폼 강화를 위해 개인디지털사업섹션을 세분화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부터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 핀테크 등에 플랫폼 경쟁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다"며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본격적으로 플랫폼 경쟁이 시작하는데 철저한 준비 없이는 또다시 핀테크에 밀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애자일 조직은 앱 등 개발 대상을 작은 기능별로 나눠 한 조직이 해당 기능을 맡는다는 게 특징이다.


*디봅스 조직은 기술조직과 사업조직이 결합한 형태로, 개발자와 운영 담당자 간 소통 시간을 줄여 신속히 외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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