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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금지" 美조치에 발칵뒤집힌 日정부...日여론은 되레 '반색'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5 16:34

수정 2021.05.25 16:54

美국무부 일본 여행 금지 권고 발표
日정부 "도쿄올림픽 참가와는 상관없어" 진화 
日사회 여론 "차라리 잘 됐다...美 불참하면 좋겠다"  
도쿄올림픽 日정부-日국민 상반된 분위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5일 일본 참의원에 출석해 미국의 일본 여행 금지 권고 결정과 미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참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5일 일본 참의원에 출석해 미국의 일본 여행 금지 권고 결정과 미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참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강규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에도 도쿄올림픽 개최(7월23일 예정)강행을 외치고 있는 일본 스가 정권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일본 여행 금지 권고' 발표에 발칵 뒤집혔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USOPC)가 일단, 미 국무부의 일본 여행 금지 권고에도 "올림픽 참가에는 영향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림픽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하는 스가 내각과 달리,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도쿄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라는 최후의 통첩이다" "아예 미국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압력을 넣어주면 좋겠다"며 되레 반색하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까지 불과 59일 남은 상황, 미국이 보낸 불안한 시그널에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의 반응이 확연히 갈린 양상이다.


도쿄도청에 걸린 도쿄올림픽 2020 마크. 로이터 뉴스1
도쿄도청에 걸린 도쿄올림픽 2020 마크. 로이터 뉴스1
■진땀빼는 日정부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 국무부가 일본여행 금지 권고 조치를 내린 것과 미국의 선수단 파견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미측으로부터 듣고 있다"고 밝히며, 일본 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올림픽 불참설 진화에 주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이날 참의원에서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필요한 경우의 도항(일본 방문)은 금지되지 않는다"며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장관급 인사들의 이같은 발언에도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여행 금지 권고 조치가 "올림픽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미국이 바라본 일본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에서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하며, "이는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미국이 선수단을 파견할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도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며 여타국들의 보이콧 도미도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 국무부 발표 직후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일단, "국무부의 여행금지 권고를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선수의 안전한 올림픽 참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현재로선, 불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 등에서의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도쿄올림픽 선수단 파견 및 개최 지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지난 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 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日사회 "자업자득...美불참 선언해주길"
가뜩이나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올림픽 취소, 재연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반응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일본 사회에서 보수, 우익 성향이 강한 네티즌들이 포진한 것으로 파악되는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서도 두드러졌다. 일본의 네티즌들은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참가 입장이 조만간 뒤집힐 것이다." "여행금지 권고가 나와 차라리 잘 됐다" "미국이 일본에 올림픽을 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란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일본의 한 중견 언론인은 본지 통화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로서는 순전히 올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돼야 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자민당 주류 여론, 백신 실패, 올림픽 실패라는 두 개의 실패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정권의 이런 정치적 이유가 일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느린 백신 접종 속도로 인한 '자업자득'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3.9%(1회 접종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백신 접종 선진국인 이스라엘(62.8%), 영국(54.2%), 미국(47.3%)에 비해 크게 뒤떨어질 뿐 아니라 인도(10.4%), 인도네시아(5.1%)에 비해서도 뒤처졌고, 세계 100위 안팎인 미얀마, 말레이시아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63%가 올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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