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도쿄올림픽 '엑스맨'된 미국, 선수단 안 보내나 [美, 日 여행금지 파장]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5 18:55

수정 2021.05.25 18:55

가토 관방장관·모테기 외무상
"올림픽과 관련 없다" 진화에도
취소·재연기 원하는 일본 사회
"미국 조치 오히려 잘됐다" 반겨
스가 일본 총리. AP뉴시스
스가 일본 총리.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강규민 기자】 도쿄올림픽 개최를 불과 두 달 앞둔 일본 스가 정권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일본 여행금지 권고' 발표에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 달여 만에 나온 이번 조치에 스가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에서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하며 "이는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이날 미 국무부의 일본여행 금지 권고에도 "올림픽 참가에는 영향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림픽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하는 스가 내각과 달리,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도쿄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라는 최후의 통첩이다. 아예 미국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압력을 넣어주면 좋겠다"며 되레 반색하는 분위기다.
오는 7월 23일 개최되는 도쿄올림픽까지 불과 59일 남은 상황, 미국이 보낸 불안한 시그널에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의 반응이 확연히 갈린 양상이다.

■진땀 빼는 日정부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 국무부가 일본여행 금지 권고 조치를 내린 것과 미국의 선수단 파견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미국 측으로부터 듣고 있다"고 밝히며, 일본 내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올림픽 불참설 진화에 진땀을 뺐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이날 참의원에서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필요한 경우의 도항(일본 방문)은 금지되지 않는다"며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장관급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에도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여행금지 권고 조치가 "올림픽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미국이 바라본 일본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미국이 선수단을 파견할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도 "미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여타국들의 보이콧 도미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 등에서의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여러 국가들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도쿄올림픽 선수단 파견 및 개최 지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日사회 "자업자득, 차라리 잘 됐다"

가뜩이나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올림픽 취소, 재연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반응은 트위터 등 SNS는 물론이고, 일본 사회에서 보수, 우익 성향이 강한 네티즌들이 포진한 것으로 파악되는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서도 두드러졌다. 일본 네티즌들은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참가 입장이 조만간 뒤집힐 것이다" "여행금지 권고가 나와 차라리 잘 됐다" "미국이 일본에 올림픽을 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란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일본의 한 중견언론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로서는 순전히 올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돼야 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자민당 주류 여론, 백신 실패, 올림픽 실패라는 두 개의 실패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정권의 이런 정치적 이유가 일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느린 백신접종 속도로 인한 '자업자득'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3.9%(1회 접종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63%가 올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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