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실기하지 말아야"
충격 줄이려면 소통 해야
충격 줄이려면 소통 해야
금리인상 이야기는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4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한 경제세미나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선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처음 언급됐다.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미국 경제는 올 1·4분기 6.4%(연율 기준) 성장했다.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풀었다. 집값도 들썩댄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옐런발 금리인상 시그널은 결국 한국에도 상륙했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위기 속에 지난해 22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올 1·4분기 경제는 전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1%포인트나 높여 잡았다.
마침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7일 올해 한국 성장률을 당초보다 0.4%포인트 높은 3.5%로 전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살아난다. 경기가 좋아지면 덩달아 물가가 오른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했다. 정부 연간 관리목표인 2%를 넘어섰다. 인플레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복병이 있다. 눈덩이 가계빚이다. 3월 말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를 올리면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가계 모두 이자부담이 커진다. 긴축이 자칫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어둘 순 없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가계와 나라경제에 부담을 덜 주는 연착륙이 최선이다. 우리는 이주열 총재가 시장과 소통하는 사전예고(포워드 가이던스) 방식을 슬기롭게 활용하길 바란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으면 실제 금리인상이 닥쳐도 충격이 덜하다.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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