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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눈엣가시 '中자본, 韓 반도체 인수' 백지화 나서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8:17

수정 2021.05.31 18:17

뉴욕거래소 상장기업 매그나칩
OLED 패널 구동칩 '세계 2위'
美재무부 "공식검토 필요" 통보
환구시보 "美가 무산시킬 수도"
中 IT전문가 "美, 승인 미룰 것"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이 중국계 펀드의 한국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 인수 계획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 매그나칩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5월 31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대신해 미 재무부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면서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C)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며 관련 특허도 여러 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10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했고 미국 씨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돼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매그나칩은 올해 초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 등과 관련 유한책임출자자들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 규모는 약 14억 달러(약 1조5828억원)로 알려져 있다.

한국 내에선 매그나칩이 중국으로 인수될 경우 반도체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CFIUS가 이번 인수 건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 굴기"라고 주장했다.

IT 전문가 샹리강은 "CFIUS가 독점력이나 국가안보 등 애매모호한 이유를 대거나, 단순히 승인을 장기간 미룰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이 해외 인수업체의 자원·기술로 반도체 제품 생산 능력을 확보, 미국 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을 미국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푸량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업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거나 합병 후 매그나칩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등의 특정 조건을 붙여 CFIUS가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이 같은 거래를 통해 미국 기업과 격차를 좁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그나칩은 OLED 패널 구동칩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있는 기업이다. 설계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 등까지 모두 가능한 반도체기업(IDM)이다.

한편, 중국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 산업에서 제조업 전체로 확산됐으며 내년 1·4분기까지는 이 같은 반도체 공백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내년 1·4분기까지 반도체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차량의 모든 전자제어장치(ECU)의 필수 구성요소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중국 내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시작된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는 반도체 공급을 위한 특별팀을 잇따라 신설했다.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제조사와 직접 연결하지 않고 공급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그동안의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중국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공급 부족을 가중시켰다.

이에따라 중국 반도체 체인망의 국산화 필요성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업계는 지난해 5월부터 미국 기술을 유럽과 일본 기술로 대체하는 등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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