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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기후위기 늦추기 위해 곤충 먹는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3 04:09

수정 2021.06.13 04:09

[파이낸셜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려동물 사료 원료로 동물대신 곤충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2월 15일 콩콩에서 한 견주가 말라뮤트 반려견을 안고 있다. 로이터뉴스1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려동물 사료 원료로 동물대신 곤충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2월 15일 콩콩에서 한 견주가 말라뮤트 반려견을 안고 있다. 로이터뉴스1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반려동물용 곤충사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사료를 만들기 위해 가축을 잡아 단백질을 공급하면 가축 사육을 위해 탄소배출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지구상에 풍부한 곤충으로 단백질 공급원을 바꾸는 것이다.


아직 곤충 식용을 꺼리고는 있지만 기후위기 자각이 높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우선 곤충으로 만든 동물용 사료가 등장했다.

치즈비스킷 맛 나는 반려동물용 곤충사료
CNBC는 12일(이하 현지시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려견, 반려묘들의 사료가 곤충을 원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요라펫푸즈는 곤충을 원료로 한 반려견 사료를 내놨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등애 유충으로 만든 이 사료는 영국산 고급치츠 스틸톤과 치즈 비스킷 맛이 난다.

2019년 설립된 요라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곤충을 원료로 한 단백질 반려동물 식품을 출시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자각한 '반려동물 엄마·아빠'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요라는 200여개국에 200톤 이상을 판매해 매출이 28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라 뿐만이 아니다.

북미, 유럽 등 곳곳에서 동물 대신 곤충 단백질을 사용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반려동물 사료를 만드는 추세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류가 곤충을 대량으로 사육한 적이 없어 어떤 문제가 닥칠지 모른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곤충은 이미 지속가능 식품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 전체 탄소배출'만큼 줄여줘
2017년 네덜란드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을 원료로 반려동물 사료를 만드는 것보다 곤충 단백질을 이용할 경우 다양한 장점들이 있다.

우선 곤충을 사육하는데는 가축에 비해 물과 땅이 적게 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또 곤충들의 소화흡수율이 가축들보다 높아 효율이 높다. 아울러 동물들이나 수중생물들에게 먹이기에도 가축사료보다 더 적합하다.

2020년 영국과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동물용 사료 생산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가 잘 나타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사료 생산을 위해 동원되는 토지 규모가 영국 전체 면적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이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수준 60위 국가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 모잠비크, 또는 필리핀 같은 나라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반려동물용 사료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같다는 것이다.

곤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우 '로다주'도 관심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먼지벌레붙이 딱정벌레 유충(mealworm beetle larvae)'을 식용으로 승인하는 초안을 내놨다.

또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일명 로다주)도 발을 들여놨다.

그의 투자그룹 풋프린트 코얼리션이 자금을 지원하는 프랑스 곤충음식업체 인섹트(Ynsect)는 4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유충 재료를 만드는 네덜란드의 프로티팜을 인수했다.

인섹트는 이제 연간 23만톤 이상의 식용 곤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업계는 사람들이 아직 곤충을 먹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우선 반려동물 사료로 곤충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 반려동물제품협회(APPA)에 따르면 스타트업부터 기존 업체들까지 곤충으로 만든 사료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반려동물 사료 시장 매출만 420억달러에 이른다.

유명 업체들도 곤충사료 출시
대형 사료업체들도 속속 곤충을 원료로 한 사료를 내놓고 있다.

초컬릿 마스로 유명한 마스 산하의 마스 펫케어는 3월 고양이용 건사료 '러브버그'를 내놨다. 전통적인 쇠고기나 가축 단백질이 아닌 등애유충으로 만들었다. 영국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마스에 따르면 곤충들은 단백질 1KG을 만드는데 기존 가축보다 토지를 80% 적게 잡아먹는다.
또 이 곤충들은 농가에서 남아도는 야채와 식물을 먹고 자라며 곤충사육에 드는 전기도 100% 재생가능에너지가 쓰인다.

네슬레도 지난해 11월 파리 유충, 식물성·동물성 단백질을 섞은 '퓨리나' 반려동물 사료를 출시했다.


네덜란드 식품·농업 리서치 업체 라보리서치에 따르면 반려동물용·일반동물용 사료에 쓰기 위한 곤충 단백질 수요는 지금의 1만톤 수준에서 2030년에는 5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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