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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놓고 '속내 다른' 美中 협력 경쟁[차이나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7 15:03

수정 2021.06.17 15:03

- 美, 러시아와 긴장관계 완화해 中 봉쇄
- 中,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우호관계 공고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랑주'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랑주'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중국이 러시아를 놓고 서로 협력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에 대항할 우호관계 공고화라는 점에서 각각 속내는 다르다.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회담을 갖고 핵전쟁 방지와 이를 위한 양국 간 대화 시작을 알리는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또 양측은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양자 협상을 추진하고 군사 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 외교관계 역시 정상으로 되돌리자는데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좋고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미국과 냉전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서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레세이 나발니 등 러시아 인권 문제와 미 대선 개입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푸틴 대통령이 전면 부인하는 등 적잖은 이견도 노출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러 정상회담에선 중국이 거론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론 중국과 관련이 있는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의 국제회의 연결선상에 러시아와 회담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회담에선 모두 중국 견제를 주요 의제로 삼았다.

따라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도 중국의 전통적 우호국인 러시아와 그 동안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모색해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중국 관영 매체는 미·러 회담 직후 “양국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미국과 함께 ‘양대 강대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중러관계 분열을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러시아를 ‘지역 강대국’으로 지칭했는데, 이를 격상해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무역, 우주, 기술 등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중국 관변 전문가는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인훙 인민대 교수를 인용,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과의 긴장 속에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군사적·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실무회의를 갖고 2024년 소행성 탐사와 2030년 달 남극 연구 기지 건설에 협력키로 했다.

또 중국의 한반도 담당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7일 러시아 측 한반도문제 파트너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단결은 산처럼 강하고, 우정은 견고해 깨뜨릴 수 없다”면서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며 정치적 신뢰와 전략적 협력 수준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차례 회담으로 미·러 긴장관계가 완화되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은 회담이 절실한 쪽이 미국이라는 의미”라면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30년 갈등 역사는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관계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관측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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