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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G7때 韓과 접촉 경계"..도쿄 정상회담도 불발되나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2 11:39

수정 2021.06.22 11:39

스가 총리, G7때 文대통령과 접촉 극도로 꺼려 
文대통령, 올림픽 때 방일 가능성 열어놓고 있으나 
日 올림픽 참석과 정상회담은 별개 사안 
도쿄 정상회담도 불발될 가능성 제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G7정상회의 및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방문을 위해 공군 1호기로 향하는 장면.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G7정상회의 및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방문을 위해 공군 1호기로 향하는 장면. 뉴스1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문대통령)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최근 주요7개국(G7) 영국 콘월 정상회의 참석 후 주변 인사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22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스가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도쿄올림픽 때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으나,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어 한국 내에서도 기류 변화가 예상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대화를 나눈 것은 3차례다.

지금까지는 G7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대화는 2차례로 알려졌으나, 아사히신문이 인용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만찬장 등에서 총 3차례에 걸쳐 스가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건네받은 스가 총리는 "감사하다"라는 등 짧은 답변으로 응했을 뿐 실무차원에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문 대통령과의 깊은 대화를 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총리의 판단이었다"는 게 외무성 간부의 얘기다. 스가 총리 자신도 G7정상회의 폐막 직후 일본 측 동행 기자단에 "(한·일 정상회담을 할)그런 환경이 아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도쿄 오다이바. 오륜마크 뒤로 도쿄타워와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로이터 뉴스1
지난 21일 도쿄 오다이바. 오륜마크 뒤로 도쿄타워와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로이터 뉴스1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빈손'으로 온 문 대통령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면 일본 국내에서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직후 9월 정치적 명운이 달린 조기 총선과 자민당 총재선거거라는 두 개의 선거를 앞두고 있다. 9월 이후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느냐, 마느냐가 이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 자민당 내 기반이 취약한데다 내각 지지율도 하락세에 놓여, 운신의 폭이 좁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없이' 문 대통령과 마주하는 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은 애초 이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20~30분 정도 서서 이야기하는 형식의 약식회담을 일본 측에 제안, 잠정 합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 측도 문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네오면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가 총리의 문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G7정상회의 참석 후 스가 총리와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정상회담을 할 모멘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 간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 정부는 과거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아베 신조 총리가 방한했던 점을 언급하며, 답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이 자연스런 그림으로 여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한국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고,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앞으로 충분하게 양국 간에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측은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참석해도 징용·위안부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정상회담 개최는 별개라는 식의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올림픽까지 남은 한 달, 양국 외교 당국이 극적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정상회담 없는' 방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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