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멈추지않는 유기동물 잔혹사… 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7 17:54

수정 2021.06.27 17:54

발목·머리 자르고 시신까지 훼손
잔혹한 동물학대 행위 매년 증가
100건중 고작 2건만 정식재판行
처벌 강화에도 집유·벌금형 그쳐
#1. 경기 시흥시 장곡동 소재 한 아파트단지에서 지난 23일 길고양이 한 마리가 뒷다리 발목 부분이 절단된 채 발견됐다. 다리가 훼손된 고양이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한 시민이 발견됐다. 동물병원으로 이송된 고양이는 두 다리 절단 수술 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의로 길고양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 중이다.

#2.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공터에서는 지난 6일 숨진 새끼고양이 여섯 마리가 발견됐다. 이들 새끼고양이의 시신은 머리가 잘리거나, 올무에 묶여 장기가 밖으로 나온 상태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새끼고양이들을 학대하고 살해한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 양상은 날로 잔혹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동물에 독성물질을 먹여 집단폐사케 하는 등 관련 사건 발생도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동물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생명경시 범죄의 폭력성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 정식재판 청구 동물학대 사건 2%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동물보호법 제정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길고양이 '자두' 사건이다. 4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9년 7월 다른 고양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두의 꼬리를 잡아 땅에 수차례 내려친 뒤 발로 머리 부위를 밟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경찰청에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914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69건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5년간 동물학대 행위 등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건 접수된 3398명 가운데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들은 1741명에 달했다.

법원에 정식 재판이 청구되더라도 처벌 수준은 낮았다. 정식재판이 청구된 이들은 전체 3398명 중 93명으로, 단 2%에 불과했다.

■ 법 개정에도 동물권 제자리걸음

지난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이후 30여년간 지속 개정돼 왔다.

2011년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초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추가됐다.
최근 들어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사회적 공분도 높아지는 반면 재판부의 동물권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판례평석'을 통해 "동물보호법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재판부의 동물복지 및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정도에 따라 양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 실제 양형의 편차가 심한 점 등을 고려한다면,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도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동물학대에 대해 기본적으로 징역형 등 실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사법부의 동물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해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경우, 징역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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