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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소매치기의 종말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7 19:47

수정 2021.06.27 19:47

우리나라 소매치기의 역사와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 조선시대 절도범죄를 소매치기라고 한 이유는 도포나 두루마기 따위 웃옷의 옷소매 안에 돈이나 귀중품을 넣어 다녔기 때문이다. 그 옷소매를 쳐서 채간다고 해서 생긴 용어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책으로 옷소매 폭이 줄어들면서 소매치기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기술은 비약적으로 진화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4월 21일자 조선일보에는 "소매치기의 선수들은 은퇴 후 스스로 각기 두목이 돼 12~16세 불량 소년을 모아 소매치기 수법을 교묘히 가르치는 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처럼 신출귀몰한 소매치기는 고도의 도제식 훈련을 거쳐 만들어졌다.
1965년 전국에 3300여명의 소매치기가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면도칼로 안주머니를 째는 '안창따기'는 바람잡이가 대상자를 밀치고 가릴 때 가능한 수법이다. '짱채기'는 손목시계를 낚아채는 방법이다. 목걸이를 채 가는 '굴레따기'는 바람잡이가 동전을 일부러 떨어뜨려 줍는 척하며 여자의 치부를 건드리면 놀라 고개를 숙이는 순간 목걸이를 훔친다. '똥빵채기'는 뒷주머니 털기다. 지갑을 꺼내 돈만 빼낸 뒤 지갑은 도로 주머니에 넣어 주는 기술자도 실재했다.

외국의 소매치기는 가방이나 휴대폰 낚아채기, 오토바이 날치기, 취객털이, 뒷주머니 지갑빼기 정도다. 소매치기를 영어로 픽포켓(pickpocket)이라고 하는 것처럼 혼잡한 곳에서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 물건을 슬쩍 훔치는 개념이다. 대부분 생계형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소매치기 범죄가 사라지기 일보직전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발생건수는 2011년에는 2378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535건으로 줄었다. 매일 6.5건 일어나던 범죄가 하루 1건 수준(1.46건)으로 줄었다.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CCTV와 블랙박스가 지켜보면서 소매치기범이 설 자리를 잃었다. 배우는 사람이 없으니 기술도 끊겼다.
소매치기의 종말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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