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집터서 항아리에 담겨
1434년 '갑인자'로 확인땐
구텐베르크 인쇄시기보다 앞서
1434년 '갑인자'로 확인땐
구텐베르크 인쇄시기보다 앞서
'세종대왕의 꿈'이 담긴 한글 금속활자가 서울 종로 일대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문화재청은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글 금속활자 1600여점을 비롯해 세종시대 천문시계 등 다양한 금속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됐다"고 밝혔다. 유물이 나온 지점은 서울 종로2가 사거리와 탑골공원 서쪽으로 종로 뒤편에 있는 작은 골목인 피맛골과 인접한 지역이다.
문화재청이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출토물에는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금속활자 외에도 세종~중종 때 제작된 물시계의 주전(籌箭)을 비롯해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중종~선조 때 만들어진 총통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유물 출토와 관련해 학계에선 "조선의 인쇄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놀라운 발견"이라고 반색했다.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 '을해자'(1455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20년 이른 세종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된 점은 유례없는 성과라는 평가다. 이들 활자가 추후 연구를 통해 '갑인자'로 확인되면 조선시대 금속활자로서 각종 사료 및 기록과 일치하는 중요한 실물자료가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시기(1450년쯤)보다 이른 시기의 조선활자 관련 유물은 인쇄본으로만 전해졌지만 처음으로 인쇄본과 금속활자를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금속활자와 함께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도 잘게 잘린 상태로 출토됐다. 이들 출토물에는 여러 개의 원형 구멍과 '일전(一箭)'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조선시대 주전은 그동안 실체가 전해진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 최초로 관련 유물이 발견되면서 현재 복원된 자격루(물시계)와 옥루의 보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화기인 승자총통, 소승자총통 등 총통 8점도 이번에 함께 발굴됐다. 복원된 크기는 대략 50~60㎝ 크기로, 총통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계미년 승자총통(1583년)과 만력 무자년 소승자총통(1588년)으로 문화재청은 추정했다.
일성정시의 아랫부분에서 작은 파편들과 함께 출토된 동종도 주목된다. 15세기 제작된 왕실발원 동종의 양식을 계승한 이 유물에는 두 마리 용 형상을 한 용뉴(범종 윗부분의 고리)도 포함됐는데, 종신 상단에 '가정십사년을미사월일(嘉靖十四年乙未四月日)'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