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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된 봉우리 사연 품은 호수 그 절경, 발길 잡아 오백리 가다 쉬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9 04:00

수정 2021.07.09 07:59

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 추천 
언택트관광지 '대청호 오백리길'

솔향 가득한 계족산 황톳길 맨발 산책
계족산성서 바라보는 경관에 땀 씻고
2구간 노고산에선 대청호 180도 풍경
4구간엔 ‘호반낭만길’·드라마 촬영지
섬이 된 봉우리 사연 품은 호수 그 절경, 발길 잡아 오백리 가다 쉬다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옥천(충북)·대전=조용철 기자】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이 대전에 이르러 흐름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강물은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호수 이름은 대전(大田)의 '대'와 2014년 청주시로 통합된 청원군(淸原郡)의 '청'을 딴 '대청(大淸)'이다. 지난 1980년 대청댐 공사가 완공되면서 거대한 호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호수로 거듭났다. 첩첩산중에 높게만 보이던 산들은 훌쩍 불어난 물에 섬이 됐다.


대전 대덕구와 동구, 충북 청주시와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대청호의 물길 따라 자연이 살아 숨 쉰다. 걸으며 곁에 두고 보는 호수, 산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가 펼쳐내는 자연의 진경산수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호수 곳곳에 핀 꽃과 나무는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처럼 '대청호 오백리길'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로 가득한 보물창고다.

대청호는 내륙에 다도해의 풍경을 선물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이면 그동안 모습을 감춘 비경이 흐릿하게 나타난다. 저녁놀이 지는 시간이면 붉은빛이 꼬리를 물면서 호수를 붉게 물들인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가 언택트관광지로 추천한 대청호 오백리길은 그 속에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여행하는 이들의 낙원이다.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 생태 등 호수의 속살과 만날 수 있어서다. 나무와 풀숲 사이로 들어가면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고, 길이 끊기면 호수가 펼쳐진다. 숲을 만나면 숲속으로 들어가고, 호수를 만나면 호수를 벗삼아 걸을 수 있다.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의 하이라이트는 '부소담악'이다. 우암 송시열이 극찬한 부소담악은 주변의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조용철 기자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의 하이라이트는 '부소담악'이다. 우암 송시열이 극찬한 부소담악은 주변의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조용철 기자

■계족산 황톳길 따라 걷다보면 대청호가 한눈에

대전 시내 전경과 너른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계족산 정상에는 돌로 쌓은 계족산성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계족산성으로 오르기 위해선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힐링 할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을 이용하면 된다. 솔향 가득한 계족산 산책로를 맨발로 걸으며 자연이 주는 건강을 경험한다. 장동삼림욕장에서 시작해 임도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14㎞ 구간의 부드러운 황톳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다. 매년 전국에서 질 좋은 황토만을 골라 깔며 수시로 황토를 뒤집고 물을 뿌려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계족산 황톳길 산책로의 반쪽은 황톳길이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산책길이기 때문에 맨발걷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걸어도 좋다. 전체적으로 산길이 완만한 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장동산림욕장 관리사무소 쪽이 가장 가깝고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차 이용시 관리사무소를 목적지로 하면 찾아오기 쉽다.

계족산성은 둘레 약 1200m, 높이 399m의 계족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성으로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쌓아올려 정교한 편이다. 상봉에 봉수터로 추정되는 곳이 있으며 건물터와 주춧돌이 남아 있다. 문헌상으로는 여기서 백제 부흥군과 신라의 김유신 등이 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시대에도 대전 지역이 중요한 전략지역이었음을 증명하는 유적지이면서 계족산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빼어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어 황토길 산책과 더불어 둘러보기 좋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

■대청호 오백리길, 배고개마을에서 부소담악까지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은 배고개마을에서 출발해 찬샘마을이라고 불리는 직동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찬샘마을의 임도를 따라 막다른 길까지 약 2㎞ 정도 걸으면 부수동 '대청호 전망 좋은 곳'으로 불리는 곳에 도착한다. 잔잔하고 고요한 대청호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언제 가도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이곳을 향해 걸어온 임도는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 코스로 손꼽는다. 노고산 정상부에 있는 노고산성은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만 확인할 수 있다. 남쪽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고 성벽 한곳에서 폭 2.3m의 문터가 확인됐다. 북쪽으로 성치산성, 서남쪽으로 견두산성, 서쪽으로 계족산성과 이어진다. 노고산 전망대에서 180도로 보여지는 대청호 풍경이 장관이다. 전망대에는 '소원의 종'이 설치돼 있는데, 대청호의 풍경과 종을 활용해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고, 산과 호수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어봐도 좋다.

대청호 오백리길 제4구간 호반낭만길에 있는 포토존(맨위 사진)과 인근의 계족산성
대청호 오백리길 제4구간 호반낭만길에 있는 포토존(맨위 사진)과 인근의 계족산성

낭만적인 풍경이 이어지는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은 총길이가 12.5㎞로 끝까지 걸으면 6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4구간은 마산동 윗말뫼 주차장에서 시작해 더리스 수변을 따라 접어들어 대청호수를 따라 걷는다. 아기자기한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눈앞에 거대한 대청호가 펼쳐진다. 커다란 대청오백리길 표지판이 이 길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이곳을 지나면 수몰민들의 옛 추억을 기리는 물속마을 정원과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명상정원에 도착한다. 이곳은 지난 1980년 대청호 완공으로 수몰된 86개 지역 중 한 곳이다. 물에 잠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옛 담장, 정자, 장독대 등을 조성했다. 정원을 지나 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갈수기에만 길이 생기는 뜬섬에 갈 수 있다. 해변 같은 모래사장과 섬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무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은 16㎞ 남짓으로 쉬엄쉬엄 6시간이 걸리는 꽤 긴 코스다. 와정삼거리에서 출발해 꽃봉 갈림길에서 7구간이 시작된다. 약 700m 정도 올라가면 해발 284m 꽃봉에 도착한다. 꽃이 아주 많이 피어 있는 봉우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봉에서 내리막 산길을 걸어 문화 류씨 묘소를 지나 오른쪽 수생식물학습원과 방아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방아실에는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도 들어섰다. 충북 옥천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거먹골과 항곡리를 지나는 길은 전형적인 두메산골의 풍경이 이어진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길이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이 정겹다. 이제 공곡재까지 넘으면 7구간의 하이라이트인 '부소담악'에 다다른다.
우암 송시열이 작은 금강이라 극찬했던 부소담악은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인데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라는 뜻이다. 대청댐이 생겨 산 일부가 물에 잠기자 바위병풍을 둘러놓은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부소담악을 돌아나와 추소리 절골에 이르면 부소담악이 한 눈에 보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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