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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야놀자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4 18:00

수정 2021.07.14 18:07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한국의 숙박레저 플랫폼인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야놀자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중이다. /사진=뉴스1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한국의 숙박레저 플랫폼인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야놀자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중이다. /사진=뉴스1
최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가 한국 숙박·레저플랫폼 1위 야놀자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이다.
굴리는 돈만 수백조원이다. 주로 된다 싶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야놀자는 토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다. 야놀자가 비전펀드 투자를 고리로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검토한다고 한다. 앞서 한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올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쿠팡도 비전펀드로부터 3조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벤처가 뉴욕 증시에 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 증시를 대표하는 뉴욕 증시는 기업 몸값을 높게 쳐준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벤처나 스타트업 입장에선 투자금이 많을수록 좋다. 인수합병(M&A)과 함께 기업공개(IPO)는 벤처생태계의 대표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다. 적은 지분으로 여러 개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도 뉴욕 증시행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보다 미래성장성을 높게 쳐주는 것도 벤처에 유리하다.

반면 코스피는 재무건전성을 깐깐하게 따진다.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덩치를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벤처엔 코스피 진입장벽이 높다. 얼마 전 새벽배송 신화의 마켓컬리가 코스피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컬리는 그동안 뉴욕 증시행을 적극 추진했다. 한국거래소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한몫했다고 한다.

최근 코스피도 수익성보다 성장성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올 3월 시총 1조원이 넘으면 재무적 요건을 따지지 않고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2 쿠팡·야놀자가 줄줄이 나오게 된다. 토종 벤처의 해외 증시행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코스피 진입장벽을 더 낮춰야 한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성장성만 보는 테슬라 요건 같은 특례상장 기준을 더 많이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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