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한수원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내땅 침범” 소송냈지만 패소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4 17:31

수정 2021.08.04 17:31

법원 "하천법 따라 민사소송 안 돼.. 행정소송 냈어야"
사진=fn DB
사진=fn DB
[파이낸셜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자신들의 토지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하천법에 따라 한수원이 민사상 부당이득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윤도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한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수원은 지난 1939년부터 1966년 사이 청평댐과 의암댐, 팔당댐 등을 건설하면서 인근 토지의 소유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며 하천환경정비공사 계획을 수립·시행했다. 강원 춘천 남산면 서촌리, 강촌리 일대에 설치된 제방의 높이를 보강하고, 기존 도로를 포장해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거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의 공사였다.


하지만 공사에 한수원 토지가 포함되자 한수원은 정부가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등 국가에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정부 측은 개정된 하천법에 따라 해당 토지를 하천구역으로 편입해 관리해 왔고, 설령 한수원 소유더라도 사권(私權·사법관계에서 인정되는 권리)을 행사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토지들을 두 부류로 나눠 한수원과 정부의 소유권을 각각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이 사건 토지 인근에 있는 제방들의 정확한 설치시기나 주체를 특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일부 토지는 1971년 하천법 시행 이후 2007년 개정 하천법 시행 이전 하천구역으로 편입돼 정부의 소유가 됐고, 한수원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

다만 소유권이 인정된 토지에 대해 한수원이 민사소송을 낸 것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007년 개정된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의 국유화나 하천구역의 법정제도가 폐지됐지만 하천 구성 토지와 그 밖의 하천시설에 대해 소유권 이전, 저당권 설정,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목적대로 사용하는 경우 외에는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행정소송을 통해서만 손실보상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손실보상을 규정한 하천법 76조에 따라 한수원은 하천관리청과 협의하고, 협의를 할 수 없을 경우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했어야 한다”며 “재결에 관해 불복할 경우 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