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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호된 신고식… 공모가 고평가 논란 다시 불붙었다 [대형주 IPO 불패 깨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18:19

수정 2021.08.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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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첫날 주가 45만4000원
개인 청약수요 크게 늘었는데
기관중심 가격산정 도마에
외국인 1600억규모 차익실현
"향후 저점에서 매수" 전망도
크래프톤 호된 신고식… 공모가 고평가 논란 다시 불붙었다 [대형주 IPO 불패 깨졌다]
상장 전부터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던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공모가 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향후 저점매수세도 기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크래프톤, 공모가 산정 문제 없었나

10일 증시에서 크래프톤은 시초가 대비 1.23%(5500원) 높은 45만4000원에 마감됐다. 공모가보다는 8.84% 낮은 수치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그간 논란이 됐던 크래프톤의 공모가 산정 과정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앞서 크래프톤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비교 대상으로 국내외 게임회사 7곳뿐 아니라 월트 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도 포함시켰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문제 삼자 크래프톤은 이들 기업을 제외하고 희망 공모가를 밴드 상단 기준 기존 대비 10.59% 낮췄지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통한 최종 공모가 확정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수요예측에서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앞선 '기업공개(IPO) 대어' 대비 저조하게 나오면서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전체 건수 대비 13% 수준으로 카카오뱅크(41.27%)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57.9%)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에 일반투자자들 역시 등을 돌리며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7.8대 1에 그쳤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관사들이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상당히 조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는 개인청약률에 따라 공모주 시장가격과 작지 않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공모주 투자가 높아진 최근 추세에 따라 기관투자자 수요정보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제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카뱅과 달랐던 크래프톤, 전망은

크래프톤보다 한발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도 상장 전부터 증권가의 '매도' 리포트를 떠안는 등 혹독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지만 첫날 결과는 정반대였단 점도 눈길을 끈다.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약 38% 높은 가격에 출발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당일 상한가에 마감됐다.

나란히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던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두드러진 차이는 외국인의 매물 출회 양상이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첫날 기관(996억원)뿐 아니라 외국인이 228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 크래프톤 주식을 총 1628억원어치 내다팔면서 주가 상승을 억눌렀다. 크래프톤의 대표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메가IP인 만큼 당초 외국인의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겠단 전망도 나왔지만 외국인만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날 주가 하락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과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관 경쟁률 등으로 청약 성패를 말하는 건 지금껏 몇십년에 걸쳐 기업들이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재평가받는 성숙도에 맞지 않는 트렌드"라며 "상장 초반 차익을 노린 매도세가 회사 동력이 될 순 없는 만큼 소위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으로 단기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올해와 내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29%, 4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작 성과의 업사이드 리스크, IP 확장성 및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최대로 반영했을 때 주당 적정가치는 공모가보다 16% 높은 58만원"이라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