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인앱결제 방지법, 규제관할권 다툴 때가 아니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1 18:27

수정 2021.08.11 18:27

[특별기고] 인앱결제 방지법, 규제관할권 다툴 때가 아니다
구글 등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와 관련한 법안을 7개나 발의했고, 다양한 의견도 청취했다.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반드시 쓰게 하는 행위, 경쟁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행위, 등록된 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앱마켓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으며, 앱마켓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용자 분쟁을 통신분쟁 조정대상으로 두는 방안도 추가됐다.

법 개정안을 놓고 지난 1년 동안 각종 세미나 및 공청회, 토론회가 치열하게 이어진 바 있다.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규제 논의는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은 워싱턴DC와 36개주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에픽게임즈, 매치 그룹,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인 앱 개발사들이 '앱 공정성연대(CAF)'라는 조직을 만들어 앱마켓 사업자에 대응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가 목전에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규제 관할권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안 자체가 현행 공정거래법과 중복규제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공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충분한 법리적 검토 없이 통과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와 대부분의 앱 개발 사업자들은 앱마켓과 같은 시장은 일반적인 상품거래 시장과는 차이가 있으며, 양면 시장으로서의 특징이 크기 때문에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이 아닌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율해야 하고 방통위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법에서 양면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나, 앱마켓 내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들의 특수성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규제 중복성 여부도 이번 특별법으로 규제가 이뤄진 사안은 다른 법에서 시정조치 등을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안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논란이 벌어진 점이 많이 아쉽다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에서 마련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보면 기존 경쟁법으로 다루기 어려운 유형의 행위를 포괄하고, 거대플랫폼을 따로 지정해 이들에게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방통위로 하여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앱마켓 규율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솔직히 말해 규제 관할권이 이렇게까지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글로벌 앱마켓을 향한 정부와 국회의 일관되고 분명한 의지라고 판단된다. 누가 관할하느냐, 중복규제냐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각 사업자에게 판단기준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앱마켓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점력이 가장 선명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다. 거래의 방법과 수단, 거래의 대가도 모두 빅테크 기업이 결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 참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논쟁보다는 정부와 국회가 선택과 집중, 협력해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오픈루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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