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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가상인간 로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2 18:32

수정 2021.08.12 18:32

싸이더스 스튜디오X가 개발한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사진=뉴스1
싸이더스 스튜디오X가 개발한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사진=뉴스1
사실 모델이 가상인간이라는 귀띔을 못 받았다면 눈치조차 못 챘을 것이다. 숲속과 도심, 지하철 등을 오가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인스타 팔로어만 4만6000명을 넘어섰다는 가상인간 '로지' 이야기다. 로지는 지난달부터 금융업체 광고에 등장했다. TV 광고도 전파를 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인간적 매력까지 풍긴다.
유튜브 조회수가 2000만뷰를 넘어섰다.

가상인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 유명인)'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발달, 언택트문화 확산, 새로운 소비계층인 MZ세대의 부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읽고 가상인간을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로지만 해도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 생김새와 800여개에 달하는 표정들, 몸 대역을 통해 촬영된 신체를 조합해 만들었다. 로지는 한마디로 '패션에 관심 많은 ENFP(활동가형) 유형, 22살짜리 여성'이다. 덤으로 영원히 나이가 들지 않는다.

한국 소비유통시장에서 가상인간의 등장은 낯설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미국은 '릴 미켈라'가 가장 유명하다. 2019년 한 해 수익만 약 140억원을 올렸다. 201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방탄소년단 등과 함께 뽑혔다. 국내에선 LG전자가 가상인간 '김래아'를 만들어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온라인 콘퍼런스 무대에 세웠다. 일본 이케아 하라주쿠점 광고 모델로 널리 알려진 '이마'도 있다.


가상인간이 유명해지고 돈까지 번다면 실제 인간의 몫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 마시라. 로지가 유명해지고 바빠지면 사람이 맡는 로지 운영팀이 늘어난다. 크게 보면 콘텐츠산업 발전이다.
잘만 하면 로지 같은 가상인간 덕에 일자리가 더 나올 수도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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