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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못받는다" 스위스·오스트리아, 아프간 난민 거부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3 18:09

수정 2021.08.23 18:09

러시아는 테러분자 유입 우려
푸틴 "북캅카스 재연 원치않아"
난민수용 반대 확실히 밝혀
바이든 "20개국 임시수용 협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인과 피란민 등의 대피를 위해 미군 철수 시한을 9월로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 해병대원이 아프간 유아를 안고 있다. 탈레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군에게 홀로 보내지는 아프간 유아와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인과 피란민 등의 대피를 위해 미군 철수 시한을 9월로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 해병대원이 아프간 유아를 안고 있다. 탈레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군에게 홀로 보내지는 아프간 유아와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가니스탄의 피란민의 유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각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장세력이 피란민속에 섞여서 들어올 경우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이 아프간 피란민 수용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한국, 독일, 일본 등도 아직 아프간 피란민 수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아프간 피란민 수용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계획은 '굴욕적인 접근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 사이에 비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무장 세력이 피란민 속에 섞여 러시아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 북캅카스에서 일어났던 적대적 행위가 일부라도 재연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북캅카스는 러시아 남부의 이슬람 문화권 지역으로, 일부 극단주의 세력들이 체첸 반군과 공조 하에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테러를 자행해 왔다.

서방 유럽에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아프간 피란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아프간에서 직접 오는 대규모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아프간 피란민을 추가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자국 TV 채널 PULS 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아프간)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명백히 반대하고, 이는 내 임기 중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오스트리아에는 4만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으며 독일의 14만8000명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등에서 나온 피란민이 유럽으로 들어갈 때 이용한 주요 경로 중 한 곳이다.

미국이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한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주세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미국이 평택 주한 미군기지를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로 검토한다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나라에 협력한 아프간인은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피란민이 경유할 임시 수용소를 제공하기 위해 20여 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항공기 이륙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우리의 대피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전례 없는 글로벌 노력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고 제 3국에 일련의 피란민 수속 구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와 독일, 쿠웨이트, 스페인 등을 포함해 걸프만, 중앙아시아, 유럽 전역에 걸쳐 이 같은 협정을 맺었다"며 "(피란민들을)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4대 대륙, 20여 개국이 넘는 국가로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임시 수용소는 특별이민비자(SIV)와 기타 취약한 아프간인 및 그들의 가족이 서류 작업을 완료하는 동안 안전한 장소를 제공한다"며 "또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도착하기 전 보안 심사와 신원 조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타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한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논의 중인 협력국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당국자를 인용해 카타르, 바레인, 독일의 미군 기지가 아프간 피란민들로 넘쳐 나고 있다며 대안 중 하나로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에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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