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지구온난화로 엘니뇨·라니냐 현상 사라질수도"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7 00:00

수정 2021.08.26 23:59

IBS-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미국 하와이대
슈퍼컴으로 기상·기후 현상 100년간 시뮬레이션
이산화탄소 4배 증가하면 엘니뇨현상 31% 약화
적도 태평양에서 보이는 물결 모양 구조의 차가운 해수 흐름이 열대 불안정파를 나타낸다. 이 시뮬레이션은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이용했다. IBS 제공
적도 태평양에서 보이는 물결 모양 구조의 차가운 해수 흐름이 열대 불안정파를 나타낸다. 이 시뮬레이션은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이용했다. IBS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1만1000년간 지속됐던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지구 기후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 연구단이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미국 하와이대와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자연기후 변동성을 예측했다고 27일 밝혔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온난화가 수천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 변동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IBS의 슈퍼컴퓨터인 알레프(Aleph)를 이용해 대기와 해양의 기상·기후 현상을 시뮬레이션했다. 그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미래 엘니뇨-남방진동 온도 변동성이 약화됐다.

IBS 연구위원이었던 크리스티안 웬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할 경우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이 현재 기후 대비 6% 약화됐고, 4배 증가하면 31%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 온도의 이상현상인 '엘니뇨-남방진동(ENSO)'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인 엘니뇨와 낮은 상태인 라니냐 사이의 순환을 말한다. 지난 1만1000년 동안 중단 없이 지속된 강력한 자연 기후 변동 현상이다.

연구진은 해양 10㎞, 대기 25㎞의 전례 없는 공간해상도로 기상·기후 현상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는 주로 100㎞ 해상도를 사용하는 기존 연구보다 해상도를 4배가량 높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대기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기상·기후 현상들까지 상세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특히 엘니뇨·라니냐 발생과 종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기 열대저기압과 적도 태평양 열대 불안정파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현재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2배, 4배로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IBS 이순선 연구위원은 "100년 이상의 미래 기후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슈퍼컴퓨터가 1년 넘게 쉼 없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때 생성된 데이터만 1TB 하드디스크 2000개를 채울 수 있는 방대한 용량이다.

연구진은 적도 태평양 내 열의 이동을 추적함으로써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 약화의 주요 원인을 규명했다. 지구온난화 기후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증발이 증가한다. 이는 엘니뇨-남방진동에 '음의 피드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 엘니뇨 발달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온난화로 적도 동-서태평양 사이의 온도차가 줄어들면, 이로 인해 '양의 피드백' 역시 약해져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을 약화시켰다.

엘니뇨-남방진동은 현상을 강화시키는 '양의 피드백'과 약화시키는 '음의 피드백'의 결합으로 결정된다. 온난화 기후에서는 음의 피드백이 더 강해진다. 이는 지구온난화 기후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강하게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연구진은 열대 불안정파가 엘니뇨-남방진동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구온난화 기후에서 열대 불안정파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 약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성과는 27일 0시(한국시간) 기후 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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