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중고차 매매·부동산 권리조사·그래프DB… '업계 첫 상장' 증시에 뛰어든 이색기업

조윤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31 18:14

수정 2021.08.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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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리파인·비트나인 IPO
신시장·신기술 성장성 증명해야
중고차 매매·부동산 권리조사·그래프DB… '업계 첫 상장' 증시에 뛰어든 이색기업
기업공개(IPO) 활황 속 투자자들의 관심을 업고 '업계 최초' 상장에 나선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색기업의 등장은 눈길을 끄는 한편 개중엔 신시장·신기술을 둘러싼 리스크도 예상돼 이색기업 간 옥석 가리기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색업종, 국내 증시 '노크'

8월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카는 지난 8월 3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월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IPO에 본격 돌입했다. 중고차 매매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건 케이카가 처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92만여대이던 국내 중고차 이전거래 규모는 지난해 263만여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관련기업의 상장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구매·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 내 전반적인 문제로 지적되면서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정보기술(IT) 발달 등으로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축소되면서 시장이 전환기를 맞자 케이카는 '온라인 플랫폼'을 내세워 상장에 나섰다. 케이카 상장을 주관하는 NH투자증권은 "국내 온라인 중고차 판매량은 향후 5년간 연평균 41.2%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고차 매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권리조사'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 등 용어부터 생소한 시장에서도 국내 증시 입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 각각 리파인과 비트나인이 그 첫 사례다.

부동산 권리조사 시장 1위 업체인 리파인은 지난 8월 26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IPO를 본격화했다. 권리조사는 부동산 매매거래 등과 관련해 보험사가 권리보험을 인수하기 전 보험 가입대상 부동산의 사기·위조나 기타 하자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지난 8월 24일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비트나인은 그래프DB 전문기업 최초로 상장에 도전했다. 그래프DB는 점·선을 축으로 한 그래프를 활용해 각종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로, 현재 주관사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증권신고서를 준비 중이다.

■기업 체력+시장 잠재력 증명은 과제

이들 기업은 '업계 첫 상장'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지만 향후 기업 본연의 성장성뿐 아니라 시장 잠재력도 함께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간 증시에서 증명된 적 없는 시장이나 신산업은 가치 측정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부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케이카의 경우 이번 공모가액 산출 과정에서 비교그룹 6개사를 모두 뉴욕증시에 상장한 외국회사로 선정했다. 사업 연관성이 있고 규모가 비슷한 기업이 국내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프트 테크놀로지스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의 시가총액은 모두 케이카의 상장 후 예상 시총(밴드 상단 기준 2조1983억원)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35배 이상 크다. 미국 최대 중고차 매매기업이자 '중고차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카바나는 현재 시총이 67조5700억원에 이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의 경우 신시장 개척을 위한 혁신기술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연결실적을 기준으로 지난해 비트나인의 영업손실은 8억5900만원, 전년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런 경우엔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상장하더라도 가파른 성장성을 증명해야 한다. 무사히 증시에 입성해도 향후 실적이 부진하면 투자자들이 금세 떠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6일 수제 맥주업계 최초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8월 31일 전날보다 0.8% 내린 3110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저점을 경신했다.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약보합세를 이어간 끝에 공모가였던 3200원보다도 낮아졌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제주맥주는 상장 직후인 5월 28일 4980원까지 올라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듯했으나 2·4분기 영업손실이 전년동기 대비 489%나 늘면서 상장 초반 고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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