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옛 동거녀 아들 살해 백광석·김시남, 법정서 ‘네탓’ 공방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1 23:37

수정 2021.09.01 23:45

유족 측 “형량 줄일 목적”…제주지법, 1일 ‘중학생 살해’ 재판 돌입
신상공개가 결정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이 지난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을 위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07.26. [뉴시스]
신상공개가 결정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이 지난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을 위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07.26. [뉴시스]

■ 살해범들 서로 "네가 죽였다" 책임 떠넘겨

[제주=좌승훈 기자] 옛 동거녀의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고인들이 1일 첫 공판에서 살인의 책임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제주지법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 침입) 등 2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백광석(48)·김시남(46)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7월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제주시 조천읍 소재 피해자 집 주변을 답사한 뒤 18일 오후 3시께 계획을 실행에 옮겨 피해자 A(15)군을 살해했다. 집안에서 A군을 맞닥뜨린 이들은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청테이프로 온 몸을 묶어 피해자를 제압했다.


범행 동기는 앙심이었다. 백광석은 A군이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고, 피해자 어머니와의 동거 관계가 틀어지자, 모자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김씨는 백씨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받던 중 범행에 따라나서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백광석은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 재물 손괴 ▷주거 침입 ▷가스 방출 ▷상해 ▷절도 등 6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적용된 범죄 혐의만 8개에 달한다.

■ 백 “김시남 주도” vs 김 “부탁대로 제압만”

백광석은 "자신 때문에 피해자가 죽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정작 범행 주도 여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김시남은 공동 주거 침입 혐의는 인정하되, 살인 혐의는 부인하며 반론을 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 모습. [fnDB]
신상공개가 결정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 모습. [fnDB]

먼저, 백광석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허리띠를 이용해 피해자의 목을 처음 조른 것도, 이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목을 조른 것도 김시남이 했다. 이는 사전에 백광석과 합의된 행동이 아니다. 현장에 있던 김시남이 선제적·주도적·능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시남이 살인에 착수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시남 측 변호인은 “백광석의 뒤를 쫓아 집 안으로 침입했을 때, 피해자가 백씨를 향해 욕을 하고 있어서 피해자를 말리면서 붙잡았다”며 “이 틈에 백광석은 아래층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서 옆에 뒀고, 다락방 안에 있던 아령으로 피해자를 내려쳤다. 당시 테이프를 가져와 함께 피해자를 결박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살해 현장에서의 역할 분담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서로 부인하면서 누가 주도적으로 가담했는지가 앞으로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 범행 주도 상반된 입장…29일 2차 공판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시남은 피해자 A군을 직접 제압하고, 피해자의 허리띠로 목을 감는 등 범죄를 구성하는 중요 행위를 모두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숨이 끊어진 계기도 김씨가 백씨로부터 건네받은 허리띠를 힘껏 잡아 당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범행 전 백광석은 김시남에게 “내가 피해자를 죽이게 되면 나도 같이 죽을 것이기 때문에 네가 적발되지 않으니 나를 도와 달라. 일이 잘못되면 내 카드로 돈을 인출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설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날 유족 측 변호인은 "결정적으로 살인에 얼마나 가담을 했는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피고인들이 형량 감경을 목적으로 상대방이 살인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은 이 사건 이후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며 “특히 피고인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만큼, 부디 재판부에서 높은 형벌을 내려주시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오후 3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2차 기일에는 검찰이 신청한 4명의 증인이 나와 피고인 양측의 범행과정을 설명하게 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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