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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이버·카카오 규제, 혁신의 싹은 자르지 마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9 18:10

수정 2021.09.09 18:10

문어발 비판은 자업자득
플랫폼은 큰물서 놀아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플랫폼 기업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독과점에 족쇄를 채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1차 타깃은 빅2 네이버·카카오다. 코로나 위기 속에 플랫폼 기업들은 부쩍 몸집을 불렸다.
네이버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3위, 카카오는 6위권이다. 네이버그룹, 카카오그룹은 기존 재벌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든 벼락 성장하면 견제를 받게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초 온라인플랫폼공정거래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정무위에서 논의 중이다. 국회는 지난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곧 인앱 결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인앱 결제 금지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은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공룡, 문어발이 들어간 긴 제목이 토론회의 성격을 말해준다.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12월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에 태클을 걸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32)를 FTC 새 위원장에 임명했다. 칸 위원장은 빅테크 저격수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미국에서 독과점 규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석유재벌 스탠더드오일, 거대 통신기업 AT&T는 강제로 분할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쪼개질 위기를 간신히 면했다. 미국은 시장에 독점이 생겼다 싶으면 반독점 셔먼법(1890년 제정)으로 시장 질서를 새로 짠다.

중국이 휘두르는 칼은 더욱 거칠다. 정부에 쓴소리를 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사실상 반실종 상태다. 계열사 앤트그룹 기업공개(IPO)는 무산됐다. 중국 경쟁당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에 수조원대 벌금을 물렸다.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위챗 운영사 텐센트 등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정책 앞에서 설설 기는 중이다.

한국이 중국처럼 갈 순 없다. 플랫폼 규제는 미국식으로 법에 따라 질서있게 이뤄져야 한다. 행여 규제가 혁신의 싹을 밟지 않도록 살살 다뤄야 한다. 사실 혁신과 독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놀라운 혁신에는 일정기간 독점의 혜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때론 독점 구조 아래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기도 한다. 독점을 반드시 악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이유다.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독점을 다룰 땐 늘 이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당부한다. 문어발, 골목대장 비판을 듣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종래 재벌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네이버가 갈 길은 제페토(ZEPETO)에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메타버스(가상공간)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만 2억명에 이른다.
또 카카오가 갈 길은 카카오뱅크에 있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 강자와 겨뤄 경쟁력을 높인 뒤 궁극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가 돼야 한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큰물에서 놀면 욕 먹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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