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게걸음장에 불어나는 공매도 ‘반갑잖은 증시’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6 18:08

수정 2021.09.16 18:16

이달 日평균 거래대금 4426억
두달째 상승세… 6735억까지 찍어
테이퍼링 시사·델타변이 확산 등
대외변수에 증시 하락 베팅 영향
게걸음장에 불어나는 공매도 ‘반갑잖은 증시’
주식시장이 특별한 모멘텀 없이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물량이 늘고 있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들의 하루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051억원에 비해 374억원(9.24%)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총 공매도 거래대금이 6735억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5월 27일(7412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 하루평균 공매도 금액은 5698억원에 달했지만 6월 3881억원으로 32%나 급감했고 7월에는 3611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나 8월 4051억원으로 증가했고 2개월 연속 늘어난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시사,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주가 불안을 야기했고 이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들이 추후 주가 하락에 베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그 차익만큼 수익을 내는 매매 기법으로, 공매도 거래 증가는 투자 주체들이 그만큼 향후 증시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공매도 규모는 늘었지만 개인 비중은 여전히 극히 작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일평균 67억원 수준이던 개인들의 공매도 규모는 8월에는 9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9월에는 71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을 기준으로 전체 공매도 규모의 1.58%에 불과한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대한전선과 두산중공업, 카카오뱅크, 메리츠증권 등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많았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대한선전에 대한 공매도가 605만주 거래됐고 두산중공업 508만주, 카카오뱅크 405만주 등이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이퍼링, 델타 변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통화 정책 자체가 완화 기조에서 그 정도를 점차 줄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증시 불안 요소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원자재 수급, 유통 부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회복세가 빠른 편이었지만, 제조업 기반 산업 구조다 보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중국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회복기를 맞았는데, 그런 만큼 정점을 빨리 지날 우려가 있다. 실제 최근 소매 판매 등 경제 지표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국 증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흐리다고 판단해 (공)매도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안정세를 찾지 못하거나 하락할 조짐이 보일 경우 공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세차게 흔들리자 지난 3월 공매도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다소 회복됨에 따라 지난 5월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 한정으로 공매도를 허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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