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밀린 월세만 4800만원입니다. 극단 선택도 남 얘기가 아니에요”
서울 종로구 번화가에서 8년째 족발집을 해온 안모씨(35)가 말했다. 최근 잇따른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자신도 그 심정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안씨는 “계약 기간만 끝나면 빚쟁이로 나앉을 신세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세상 떠난 자영업자 22명…무너진 자영업자
22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최소 22명으로 파악됐다.
■폐업한 매장 45만개…인원제한 풀려도 희망 없다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수치가 말해준다. 22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다. 폐업한 매장의 수만 45만3000개다.
이달 들어 모임제한 인원이 완화되고 백신 인센티브가 시행되고 있으나 자영업자의 ‘보릿고개’ 는 끝이 없다. 추석 명절이라고 해도 번화가 유동인구는 줄고 시민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곱창집 이씨는 “저녁 6인 모임까지 허용됐지만 정작 4인 이상 손님은 하루 한 팀”이라며 “연휴 동안 문 닫지 않고 장사를 하는 이유는 손님이 있어서가 아니라 월세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서”라고 푸념했다. 저녁시간인데도 매장 앞에서 담배를 태우던 조개구이집 업주 한모씨(68)는 “직원들 다 내보내고 가족 장사를 하니까 이만큼 버티지 아니었으면 진작 무너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씨는 “버티다 못해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지 막막하기만 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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