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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랑 약속이 있었지?" vs "내가 약속이 있었다고?" [Weekend 헬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1 04:00

수정 2021.10.01 04:00

내일 노인의 날…부모님 두뇌건강 살펴보세요
힌트 듣고 기억해내면 '건망증'… 늘 다니던 길 못찾으면 '치매'
뇌졸중 등 퇴행성 질환도 주요 원인… "신체활동 꾸준히 유지해야"
"내가 누구랑 약속이 있었지?" vs "내가 약속이 있었다고?" [Weekend 헬스]

"내가 뭘 찾고 있었던거지?", "요즘 코로나로 외출이 어렵다 보니 기분이 우울한 건가?" 얼핏 보기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생각과 기분 같지만 지속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심하다면, 이는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치매 환자 증가 속도 빨라져

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을 계승하고 노인 문제에 대한 나라와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2021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가 전체 인구 중 16.5%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치매상병자 수는 약 86만명으로 노인 인구 772만명의 11.2%에 이른다. 또한 약 3년 후면 우리나라 65세 인구 중 치매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65세 노인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른 추세이다. 국내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치매에 대한 관심 제고와 치매 예방 및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건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건망증은 노화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억력 때문에 일상생활에 영향이 있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번째로 누군가와 약속을 했는데 잊었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생각난다. 그러나 치매환자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번째로 요리를 할 때 건망증은 조리과정 일부가 생각나지 않지만, 치매환자는 식사준비를 잊거나 어떻게 요리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세번째로 성격변화에서 치매환자는 변화의 폭이 크다. 감정조절이 안되고 난폭해질 수 있다. 네번째로 건망증은 간단한 계산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치매환자는 거스름돈 주고받기 등 간단한 계산도 어려워한다. 마지막으로 길을 찾을 때 건망증은 한두 번 다닌 길이 생각이 잘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치매환자는 늘 다니던 길이 생각나지 않는다. 건망증은 노화에 따른 것이며 기억 능력에만 국한되고 인지 능력에서는 큰 변화나 장애가 없지만 치매는 인지장애에 속하기 때문에 비슷한 것 같아도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정확한 진단이 급선무

치매의 증상은 또한 원인 질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미한 기억장애부터 심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중증 치매까지 병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치매는 초기에 스스로 알기 어려운 질환이다.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나 자녀, 또는 주변 사람들이 종종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의심 증상들이 자주 나타나고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치매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치매 악화를 늦추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치매 상태가 된 이유, 즉 진짜 병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치매는 하나의 증상이고, 이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 질환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인질환을 찾아내고, 이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뇌졸중 같은 퇴행성 질환 등을 포함해 80여 가지가 넘는 질환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때론 치매 원인 병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치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상생활수행능력 유지가 가장 중요

일상생활수행능력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지내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초적인 능력이다. 단순하게는 목욕하기, 식사와 같은 기본 일상생활을 얼마나 무리 없이 수행하는지를 말하며 복잡하게는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대중교통 이용, 장보기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의미한다.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저하는 치매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에 대한 정확한 파악와 관리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행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활동 저하는 치매의 발생 및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적절한 운동과 인지 자극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외부에서의 운동과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생겼다. 대한치매학회가 발표한 '치매 환자를 지키는 코로나19 대응 1,2,3'에 따르면, 환자의 평소 활동량을 고려해 적절한 신체 활동을 유지하고, 가까운 사람과 전화 및 영상통화로 정기적인 연락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코로나로 고립된 치매 환자의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실내에서 가능한 운동과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사회생활을 유지하도록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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