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소수자 보호"vs"범죄 우려"... '성중립 화장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2 17:30

수정 2021.10.02 17:31

성소수자·장애인 등 눈치보지 않고 이용 가능한 '성중립 화장실'
성공회대 비대위 "학교 성중립 화장실 설치 주저하고 있어"
전문가 "충분한 논의 뒤 도입되어야 할 것"
경기 과천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 표지판 / 사진=과천장애인복지관 제공
경기 과천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 표지판 / 사진=과천장애인복지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성별·장애·성정체성에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모두의 화장실) 도입에 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서울 성공회대학교가 지난달 28일 “지난 5월 학생기구의 만장일치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찬성했음에도 학교 본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면서 논의가 재점화된 것이다. 성별 구성이 없는 화장실이라는 점에서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입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눈치보지 않고 화장실 사용할 권리 있어”
‘모두의 화장실’은 한 칸에 좌변기와 거울, 세면대, 휠체어 장애인이 잡을 수 있는 지지대와 독립된 잠금잠치 등이 구비된 화장실이다. 1인용이라 화장실 이용시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는다.
미국·영국·스웨덴 등 해외에서는 설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과천장애인복지관,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 건물 등 일부 지역에 설치돼 있다.

‘모두의 화장실’은 누구나 눈치보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다. 최연주 과천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은 “보통 여성 장애인 활동 지원사 분들이 많은데, 남자 장애인들이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을 가는 경우 여자 지원사들이 화장실 내부로 들어가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가장 기본적인 공간인 화장실이 차별의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2년 전 복지관 내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성별 구분이 없는 기존의 공용 화장실과는 ‘설치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훈 성공회대학교 비대위원장은 “공용화장실의 경우 남녀 분리 화장실을 짓기에 공간적 여유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공용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외진 곳에 위치하거나 시설이 낙후된 것”이라며 “모두의 화장실은 장애인,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른 성소수자 등이 화장실을 맘 편히 갈 수 있는 권리를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내 트랜스젠더인 한 학생은 화장실을 갈 때마다 주변인의 시선에 눈치가 보여서 한 번은수업 중간에 가방을 싸서 집에 갔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자꾸 참다가 방광염에 걸렸다는 성소수자 학생도 있었다”며 “교내 수십개의 화장실 중에서 한 곳만이라도 이들이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의 화장실 내부 /사진=과천장애인복지관 제공
모두의 화장실 내부 /사진=과천장애인복지관 제공

■전문가 "범죄 우려 불식 위한 충분한 논의 필요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는 ‘성범죄 우려’와 ‘인권 보호’라는 주장이 부딪히며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왔다. 성공회대는 이미 2017~2018년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모두의 화장실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만 비 소수자인 다수에게는 필요 없다는 인식에 부딪혀 설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지난 6월 건물 일부 층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한 공공운수노조 측 관계자도 “설치 논의 과정에서 성범죄, 몰카 촬영 우려를 보인 분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모두의 화장실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별의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범죄 기회를 제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단 점을 고려해 범죄 상황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안내문이나 비상벨 등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소수의 인권을 위한 공간에서 몰카 촬영 등으로 다수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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