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콧대 높은 美·유럽 미술품이 온다.. 다시 열린 '한남동 르네상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1 17:21

수정 2021.10.11 18:19

1년7개월만에 문 연 리움
'인간, 일곱 개의 질문' 무료 기획전
해외 작품들도 국내 시장 상륙
미술 매니지먼트 '타데우스 로팍'
獨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 개최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그의 스튜디오(2021). 타데우스 로팍 제공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그의 스튜디오(2021). 타데우스 로팍 제공
피에르위그 '이상(理想)의'(2019). 삼성문화재단 제공
피에르위그 '이상(理想)의'(2019). 삼성문화재단 제공
알렉산더 칼더 '무제'(1963). 페이스갤러리 서울 제공
알렉산더 칼더 '무제'(1963). 페이스갤러리 서울 제공
'한남동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됐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1년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고 유럽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한남동에 서울점을 오픈했다. 또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 홍콩 등 전세계 8개 지점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은 '모빌'로 널리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뉴욕 전시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돌아온 대표 사립미술관 '리움'

4년 전 '국정 농단' 사태 여파로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부관장이 사임하면서 '고미술'과 '현대미술' 상설전만 3년 가까이 지속해오던 리움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휴관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물밑에서는 근본적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다. 1년7개월만인 지난 8일 리움은 전시 공간 리뉴얼을 비롯해 7년만에 새롭게 개편한 2개의 상설전과 4년만의 기획전을 열고 관람객들을 다시 맞이하기 시작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열린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통해 리움은 현대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전시를 계속해 왔다면 꺼내들 수 없는 주제다. 기획전이 없었던 사이에 세상은 팬데믹 속에서도 진화했다. 그 가운데 당연시 해온 인간적 가치들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변화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거울보기', '펼쳐진 몸', '일그러진 몸', '다치기 쉬운 우리', '모두의 방', '초월 열망', '낯선 공생' 등 7개의 주제 하에서 인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되돌아보고 문명의 분기점 마다 인간이 맞이한 다양한 곤경들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아내고자 했다.

본 섹션을 앞두고 전시장을 향해 내려가는 길,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작품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Ⅲ'와 안토니 곰리의 '표현', 조지 시걸의 '러시 아워' 등 인간의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이어 론 뮤익의 '마스크Ⅱ'를 시작으로 피에르 위그의 '이상(理想)의'까지 국내외 51명의 작가와 1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비엔날레 주제관 못지않은 대량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기획전은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되며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韓미술시장 진출한 '타데우스 로팍'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시작돼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70여명의 세계적인 미술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에 상륙했다. 2007년 이불 작가와 협업하고 2009년 파리 지점에서 이우환 전시를 열기도 했던 타데우스 로팍은 유럽시장을 넘어 요즘 부쩍 뜨거워진 한국의 미술시장을 공략하고 아시아 지역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지점 개관을 기념해 6일 방한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유럽 아티스트 작품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가능성 있는 아시아 작가를 찾기 위해 서울 지점을 열게 됐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1950~60년대 국제적 흐름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고 유럽의 갤러리에도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타데우스 로팍이 개관을 기념해 선보이는 첫 전시는 독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이다. 바젤리츠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로 거꾸로 서 있거나 누워있는 듯한 인물의 형상 회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열린 '아트부산'에서는 바젤리츠의 작품이 페어 최고가 13억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젤리츠가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그린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을 선보이는데 바젤리츠의 평생의 뮤즈였던 아네 엘케와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비롯해 사슴과 말을 뒤집어 그린 작품이 두드러진다. 전시는 11월 27일까지.

■칼더의 '모빌' 한국에 소개하는 '페이스 갤러리'

2017년 이태원에 진출해 뉴욕 현지의 전시 트렌드를 발빠르게 소개해온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지난 6월 리움 인근 르베이지 빌딩 2층과 3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확장 이전 후 샘 길리엄과 조엘 샤피로의 개인전을 진행한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지난 5일부터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모빌'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칼더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호안 미로와 피에트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아 1930년부터 유화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이후 "몬드리안의 점과 선, 면들이 모두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점, 선, 면을 철사로 이은 형태의 움직이는 조각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프랑스어로 '움직임'과 '동기'를 뜻하는 '모빌'이라는 명칭은 1931년 마르셀 뒤샹이 이후 붙여준 이름이다. 이후 칼더는 기계적 장치가 아닌 기류와 빛,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빌을 만드는 일에 20년 넘게 몰두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선 그 이후 1950~70년대 모빌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시킨 칼더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모빌 작품 외에도 잉크와 과슈를 사용해 그린 강렬한 색감의 회화와 전세계 곳곳에 설치했던 대형 공공 조각물의 미니어쳐격인 추상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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