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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랑거' 김종덕, "나는 영원한 투어 프로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5 10:06

수정 2021.10.25 10:06

올 시즌 시니어투어 상금왕..통산 세 번째
환갑을 넘긴 나이에 올 시즌 KPGA시니어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종덕. /사진=KPGA
환갑을 넘긴 나이에 올 시즌 KPGA시니어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종덕.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우승 경쟁을 펼칠만한 선수는 열 명 남짓이다. 그 중에서도 랑거 형님이 가장 두려운 존재다."
지난 10월에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퓨어스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탱크' 최경주(51·SK텔레콤)가 전한 챔피언스투어의 판도다. 만50세가 되면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챔피언스투어는 '레전드'들의 경연장이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를 비롯해 프레드 커플스,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앙헬 미구엘 히메네즈(스페인), 비제이 싱(피지), 어니 엘스(남아공), 그리고 최경주와 함께 2020년에 데뷔한 필 미켈슨과 짐 퓨릭(이상 미국) 등 왕년의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명불허전의 샷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랑거는 챔피언스투어의 최강자다.
그는 25일(한국시간) 끝난 PGA투어 챔피언스 도미니언 채리티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챔피언스 투어 42승째이자 최고령(64세 27일) 우승 기록이다. 랑거는 60세이던 2017년에만 7승을 쓸어 담았다. 골드 시니어인 60세가 된 뒤에 거둔 우승 횟수도 자그만치 13차례나 된다.

한국에도 랑거를 닮은 선수가 있다. 지난 6월에 환갑 생일이 지난 김종덕(60)이다. 그는 지난 21일 시즌이 종료된 2021년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서 상금왕(5683만원)을 차지했다. 2011, 2019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다. 올해 치른 8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을 포함해 5차례나 '톱10'에 들었다. 1년에 40여개의 대회가 치러지는 PGA챔피언스에 비하면 엄청난 승률이 아닐 수 없다.

김종덕은 정규 투어에서 통산 13승(한국 9승, 일본 4승)을 거둔 뒤 일본에서 먼저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일본프로골프 시니어투어에서 4승을 거두고 국내로 돌아온 김종덕은 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1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PGA시니어투어는 5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김종덕 처럼 성적을 내는 60대 선수는 극히 드물다. 김종덕이 '한국의 랑거'가 되기까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름아닌 '금욕'에 가까운 철저한 자기관리다. 그 출발은 "나는 투어 선수"라고 스스로를 다잡는 것에서 시작된다.

레슨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른 선수들과의 차별점이다. 오롯이 자신의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담배는 한 번도 피워본 적이 없고 술은 반주로 한 두잔 정도 할 정도다. 개인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니까 지금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70야드, 4번 아이언으로 200야드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연습도 거르는 법이 없다. 또 대회가 없을 때도 가능하면 코스에 나가서 라운드한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가 상황에 따른 다양한 탄도와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비결이다.

김종덕은 경기가 잘 풀리거나 안 풀릴거나 상관없이 늘 웃는다. 몸 관리만큼 '정신 건강'에 비중을 둔 덕이다. 그는 "마음이 편해야 경기력도 살아난다. 행복한 가정이 내 경기력의 원천이다. 손주들과 놀아주다 보면 마음이 더없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마음이 편해야 경기력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영원한 투어 프로'로 생각하는 김종덕은 "조급하게 덤비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공을 치기 전에 한 번만 생각을 더 하라. 그리고 가급적 즐기려고 해라"고 주말 골퍼들을 위한 팁을 주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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