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의지는 평가
불법금융 등 경계해야
불법금융 등 경계해야
가계부채 위험 경고등이 켜진 지는 오래됐다. 한국은행 집계로 올 6월 말 기준 가계 빚은 1805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836조9000억원의 98%가량이다. 국가의 1년 경제활동 총액에 버금가는 빚을 가계가 지고 있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전년동기 대비 168조원, 10% 넘게 늘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부채도 늘기 마련이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소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DSR 1단계 규제가 전격 시행됐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등 복합적 요인으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얼마나 급했으면 3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내놨겠는가.
가계부채 관리는 인기 없는 정책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환영받기 어렵지만 경제·금융 위험을 관리할 당국의 책무"라고도 했다. 또 "필요하면 추가 대책(플랜B)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고 위원장의 용기를 평가한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그만큼 위험요인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푼 유동성은 자산시장에 거품을 만들었다. 글로벌 각국이 이를 걷어내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임박했다. 빠르면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도 나온다. 돈 흐름은 국경이 없다. 금융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정책전환이 되레 늦으면 자본시장이 개방된 우리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한은의 정책방향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정책은 방향과 속도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가계부채 조이기라는 방향은 옳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DSR 3단계가 적용되는 내년 7월부터 600만명가량이 대출 제약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사다리 걷어차기' '영끌 금지법'이라는 비판과 불만도 쏟아진다. 소득이 낮은 청년층과 서민층이 대출규제로 자산격차가 더 심화될 수 있다. DSR 확대로 카드론 등을 급전으로 활용하던 서민들이 음성화된 불법 대출에 내몰릴 수도 있다.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해 가는 조정이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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