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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분쟁, 공급망 마비에 세계 경제 ‘흔들’···한국은?” [한미재무학회 지상좌담]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14:22

수정 2021.10.31 14:22

한미 경제 상황 진단 및 개선 방향 제시
원자재값 급등에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가능성 대두
연준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시점 주목해야
주식, 부동산 시장에 상당 규모 버블 끼어있어
“공급망 붕괴에 취약한 한국, 철저히 대비해야”
정기호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정기호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강준구 난양공대 석좌교수
강준구 난양공대 석좌교수

박정철 사우스 플로리다대 석좌교수
박정철 사우스 플로리다대 석좌교수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경제가 위태롭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고 경기 둔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또 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늘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단기간에 급부상했다. 과거 인터넷 버블 때처럼 시장 붕괴의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미래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실행 시점에 주목하는 한편 국내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자산 투기 실정에 대한 노련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재무학회(KAFA) 전 회장인 정기호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강준구 난양공대 석좌교수, 그리고 박정철 사우스플로리다대 석좌교수에게 현 한국과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 및 개선 방향을 물었다.

―인플레이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정기호 교수=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4% 상승해 2008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전례 없는 운송 문제, 자재 부족, 높은 상품 가격 및 임금 인상이 결합해 생산자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킨 결과다. 다수 생산자들은 이 같은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35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 수입업자들은 이러한 부과금 비용 충당을 위해 지금까지 1060억달러 가량을 지불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9%로 2018년 무역 전쟁 시작 전보다 6배 이상 높아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무역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무역 협상 재개나 징벌적 관세 해제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가 악화돼 운동화, 가구,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 가격이 뛰고 있다. 이에 문제 해결 주체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무역협회는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에 서한을 보내 관세 면제를 요청했고, 주요 4개 제조 협회는 관세 철폐가 즉각적 구제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준구 교수=전 세계적으로 상당 규모의 통화량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준이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결정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세계 무역, 문화, 경제,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끊임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대결로 인한 불확실성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철 교수=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 부문들이 주목할 만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재개로 인해 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차질로 인해 인플레이션 조짐과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연말 대목, 물류대란까지 예상돼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 될 경우 원자재 공급 차질이 더욱 심화되고, 이는 더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쟁점은.
▲정 교수=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한 차례 이상 금리를 높일 확률은 지난 주 85%로 전주( 71%)보다 올랐다. 다수 전문가들이 최소 0.25%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첫 6개월 동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강 교수=미 연준의 금리 인상,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시화 시점 및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 델타 변이 확산, 신종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제 개발 및 보급 정도,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 회피 현상 등도 눈 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국내에선 향후 대선 결과와 차기 대통령의 대미, 대중 외교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박 교수=이번 테이퍼링은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갑작스런 선언으로 초래된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연준이 이미 시장에 단계적 실행을 시사해왔기 때문에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 및 부채위기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 연준 위원들은 2022년, 2023년, 2024년 금리(중간값)로 각각 0.3%, 1.0%, 1.8%을 제시했다. 올 초 80 후반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가 90 중반까지 올라왔듯 달러화 강세도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통화가치가 크게 낮아지거나 금융구조가 취약한 나라와 교역을 하는 기업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갖춰야 할까.
▲강 교수=미 연준이 과거에 비해 모든 금융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기 침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 침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심화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속화 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금융,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박 교수=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로 제시했다. 7월 보고서에서 밝힌 7%보다 1%포인트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여러 기관 및 연구에서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수조 달러 규모 인프라 예산과 사회복지 지출 법안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항만 노조 지도부와 만나는 등 공급망 차질과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 전략을 세워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했다.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정 교수=올해 미국 주택 시장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개선되는 경제와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매 절정기가 다가오면서 주거용 주택 붐이 일고 있다. 반면 주택 공급은 건물 가격 상승 등 기타 요인으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가능성과 함께 특히 저밀도 교외 지역의 주택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은 주택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주택가격의 하락폭은 지난 부동산 버블 때보다는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시장의 경우 버핏지표(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는 역사적 평균보다 69% 높다. 인터넷 버블 때와 유사한 수준인데, 당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평균 6%였다. 지금은 거의 1%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현재 채권 투자 시 수익이 너무 적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낮은 이자율은 더 위험한 자산에서 수익을 추구하도록 강요해 주식 시장을 끌어 올렸다. 시장이 2000년처럼 빠르게 붕괴할 여지는 적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교수=버블의 정도는 붕괴될 때까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거의 증시, 부동산 가격 등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위험자산 가격에 버블이 상당히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다.

▲박 교수=전 세계에 유동성이 크게 늘면서 주식, 부동산뿐 아니라 암호화폐 등도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자산시장 과열 현상은 저금리와 시중 유동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했고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 따라서 글로벌 금리 상승 시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 부동산 가격 폭등에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바로잡을 해법이 있을까.
▲정 교수=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무주택자와 저소득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시장을 활성화 시킬 제도가 필요하다.

▲강 교수=부동산 가격 폭등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 격차를 늘리고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켜 국민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과 임대 아파트를 공급해 부동산 시장의 수요 공급 불일치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 교수=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 해결 방법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량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투기수요 억제가 시급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실제 매물량을 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활용돼야 한다. 부동산세 관련해서는 거래세와 보유세의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고, 거래세 비중은 높은 편이다. 소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 강남 등 인기 지역의 가격상승을 유도한다. 기존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과를 유예하고, 차후 매도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에도 규제가 필요하다. 외국인 매수 비율은 전체 거래량의 1% 이내지만 수도권 및 인기 지역 주택을 집중 매수하고 있어서다.

―2022년 한국과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와 기회는.
▲정 교수=가계부채, 부동산 버블붕괴, 그리고 신용거래에 의한 과도한 위험자산 투기가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다. 이들 요소는 이자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자율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와 수준으로 오르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대처가 절실하다. 특히 미국 이자율 상승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강 교수=대외 위험 요소로는 코로나19 재확산, 치료제 개발 및 공급 연기,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미개발국가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부와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큰 악재다. 대북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 억제됐던 잠재수요 증가로 실물경제가 개선될 여지는 크다. 코로나 이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기후변화 관련 인식 제고에 따른 정부와 기업의 정책변화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킬 경우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박 교수=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자산 가격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신흥국의 자본유출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무역분쟁 전개와 지나친 소비자 물가 상승이 내년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국민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로 높다.
버블 붕괴 시 막대한 충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기업부채, 가계부채 모두 GDP 대비 너무 많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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