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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기업매출 5%' 韓기업도 족쇄 채우는 中개인정보보호법 1일 시행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14:08

수정 2021.10.31 14:10

- 중국 이익 해치면 블랙리스트 지정하고 모호한 규정 내걸어 中과 비즈니스하는 모든 기업 감시...바이어 명함 공유해도 저촉
- 중국과 거래하기 갈수록 어려워져,,,14억 거대 시장 포기도 못해 '깊어지는 고민'

지난 7월20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감시카메라가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앞을 비추고 있다. 사진= AP /뉴시스
지난 7월20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감시카메라가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앞을 비추고 있다. 사진= AP /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이익을 해치면 블랙리스트로 지정하고 모호한 조건을 내건 뒤 위반할 경우 기업 매출의 최대 5%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의 족쇄가 1일부터 채워진다. 중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겨냥해 시작됐지만,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이 법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0월3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인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RR)과 내용이 유사해 ‘중국판 GDRR’로 불린다.

그러나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는 보다 엄격하다.
중국 정부가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할 경우 최대 5000만 위안(약 90억원) 또는 전년도 기업 매출액의 최대 5%(GDRR 4%)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여기다 중국은 ‘영업·경영 허가증 취소’라는 강도 높은 조항까지 포함시켰다.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아예 중국 내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중국 업체와 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 공공이익을 해쳤을 경우 해당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의 각종 인허가 절차에서 불이익이 따르고 감시·통제도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핵심은 개인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전 동의를 받았더라도 데이터 수집은 최소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개인정보 취급 수량이 많으면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량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선 10만~100만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소규모 기업까지 당국 감시망에 들어가는 셈이다.

한국 기업이 우려하는 대목은 중국 내 개인을 대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중국인의 행동을 분석·평가한다면 중국 밖의 기업이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 대형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한국 업체도 개인 정보 취급에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를 하고 사이트가 중국어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역외 기업들은 중국 내에 전문기관 또는 대표를 지정하고 관련 정보와 취급 상황을 수시로 관리감독기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문기관 자체가 중국인을 채용해야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감시를 받게 되는 구조다.

개인정보 취급 수량이 100만명을 넘어갈 경우 정보를 해외 서버에 저장할 수도 없다.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혹은 공공이익과 관련된 데이터라고 판단해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상대로 수익을 내려면 어떤 형태로든 당국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국 정보통신(IT) 기술 관련법 전문가인 전치홍 중룬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한국 본사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중국법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중국에 둬야 하는지 여부는 우선 정보 유형부터 분석해야 한다”면서 “일부 내용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법적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사전 대응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 법 곳곳에 모호한 규정이 산재해 있고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무슨 정보가 공공의 이익이나 국가안보, 심각한 사안이 될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바이어 명함도 함부로 취급하다간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전시회에서 받은 명함을 제3자와 공유하거나 인터넷 등에 공개하기 전에 사전 동의를 받지 않으면 법 위반이다.


중국 현지 한국기업 관계자는 “네트워크 안전법과 데이터안전법에 이어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시행되면서 중국에서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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