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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인플레 우려 속 한국 가계빚 뇌관… 금리정책이 관건" [한미재무학회 지상대담]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18:50

수정 2021.10.31 18:50

세계경제 곳곳 불거지는 리스크..한국, 어떻게 대처할까 
에너지가격 폭등·공급망 마비
경제 회복세 발목 잡을 가능성
주식·부동산 자산가격 거품도 우려
美 금리인상·테이퍼링 규모 주목
코로나 이후 ESG 등 인식 제고
정책 변화·산업구조 재편땐 새로운 시장 열려 기회 올 수도
"각국 인플레 우려 속 한국 가계빚 뇌관… 금리정책이 관건" [한미재무학회 지상대담]
전 세계 경제가 위태롭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급등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실행 시점에 주목하는 한편 국내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자산 투기 실정에 대한 노련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한미재무학회(KAFA) 회장인 정기호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강준구 난양공대 석좌교수, 그리고 박정철 사우스플로리다대 석좌교수에게 현 한국과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및 개선방향을 물었다.

―인플레이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기호 교수=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4% 상승해 2008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이 초래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중 무역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무역협상 재개나 징벌적 관세 해제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가 악화돼 운동화, 가구,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 가격이 뛰고 있다.

▲강준구 교수=전 세계적으로 상당 규모의 통화량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준이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결정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철 교수=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재개로 인해 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차질로 인해 인플레이션 조짐과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경우 원자재 공급 차질이 더욱 심화되고, 이는 더딘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쟁점은.

▲정 교수=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한 차례 이상 금리를 높일 확률은 지난주 85%로 전주( 71%)보다 올랐다. 다수 전문가들이 최소 0.25%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첫 6개월 동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강 교수=미 연준의 금리인상,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시화 시점 및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 델타 변이 확산,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제 개발 및 보급 정도,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현상 등도 눈 여겨봐야 한다. 국내에선 향후 대선 결과와 차기 대통령의 대미, 대중 외교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박 교수=이번 테이퍼링은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초래된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 및 부채 위기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올 초 80 후반까지 떨어졌던 달러 인덱스가 90 중반까지 올라왔듯 달러화 강세도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통화가치가 크게 낮아지거나 금융구조가 취약한 나라와 교역을 하는 기업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 붕괴 우려가 있는데.

▲정 교수=올해 미국 주택시장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가능성과 함께 특히 저밀도 교외지역의 주택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은 주택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주택가격의 하락폭은 지난 부동산 버블 때보다는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버핏지표(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는 역사적 평균보다 69% 높다. 인터넷 버블 때와 유사한 수준인데, 당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평균 6%였다. 지금은 거의 1%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시장이 2000년처럼 빠르게 붕괴할 여지는 적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교수=버블의 정도는 붕괴될 때까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거의 증시, 부동산 가격 등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위험자산 가격에 버블이 상당히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다.

▲박 교수=전 세계에 유동성이 크게 늘면서 주식, 부동산뿐 아니라 가상자산 등도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자산시장 과열 현상은 저금리와 시중 유동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했고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 따라서 글로벌 금리상승 시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2022년 한국과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와 기회는.

▲정 교수=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붕괴, 그리고 신용거래에 의한 과도한 위험자산 투기가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다. 이들 요소는 이자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자율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와 수준으로 오르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대처가 절실하다. 특히 미국 이자율 상승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강 교수=대외 위험요소로는 코로나19 재확산, 치료제 개발 및 공급 연기,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북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 억제됐던 잠재수요 증가로 실물경제가 개선될 여지는 크다. 코로나 이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기후변화 관련 인식 제고에 따른 정부와 기업의 정책변화가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킬 경우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박 교수=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자산 가격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경우 무역분쟁 전개와 지나친 소비자물가 상승이 내년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국민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로 높다.
버블 붕괴 시 막대한 충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기업부채, 가계부채 모두 GDP 대비 너무 많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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