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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 내려놓은 박용만 "그늘에 있는 사람 보살피겠다" [박용만 회장, 두산 떠난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0 18:05

수정 2021.11.10 18:05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 사임
그룹서 완전히 물러나 자연인
'같이 걷는 길' 재단 이사장으로 봉사·소외계층 구호에 전념 뜻
박서원 부사장·박재원 상무 두 아들도 독립해 새 비즈니스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뉴스1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뉴스1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박 회장의 두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나 삼부자가 모두 두산그룹을 떠나 독립하게 됐다.

■"그늘에 있는 사람들 돌보겠다"

두산그룹은 10일 박용만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본인이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면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계속 얘기해 왔다"면서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하지 않고 있었고, 매각이 마무리됐으므로 자연스럽게 사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면서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삼부자 모두가 각각 독립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 사회에 대한 기여에 힘쓸 계획이다.

■두 아들도 새출발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부사장, 박재원 상무는 각자의 개인 역량과 관심사를 확장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박서원 부사장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분야 전문가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았다. 박재원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털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보인 바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서원 부사장은 관련 업계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라면서 "박재원 상무는 '스타트업 투자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 1955년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태어나 서울대,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2012년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통·식음료 중심이던 두산그룹을 인수합병과 사업조정 등을 통해 중후장대 그룹으로 체질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두산그룹이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는 와중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으로 그룹의 위기에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이다.

박 회장은 그룹 취임 후 4년 뒤인 2016년 3월 조카인 박정원 현 회장에게 총수직을 넘긴 뒤 2013년부터 맡고 있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활동했다. 상의 회장에 있으면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는 '재계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특유의 직설화법과 SNS 등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소통의 리더'로도 자리매김했다.

올해 3월 상의 회장 임기가 끝나고 8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되면서 공식 직책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만 남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회장직까지 역임했던 박 회장이 아들들과 함께 두산그룹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을 결정하기까지는 고심이 컸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새출발을 위해 미련 없이 그룹 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는 모습은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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