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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식 인플레 온다" vs "내년 하반기부터 꺾인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4 17:29

수정 2021.11.14 18:22

지구촌 물가 어떻게 될까
생필품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가
내년 선진국보다 2배 빠르게 상승 전망
美 금리인상 본격화되면 타격 더 클듯
당분간 급등은 공통된 의견
유동성 확대·수요 폭발 등 일시적 요인
IMF·연준 "내년 중반 안정" 점쳤지만
30~40년전 오일쇼크 같은 상승 경고도
"1970년대식 인플레 온다" vs "내년 하반기부터 꺾인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고공행진중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최근 반년간 지속해왔다. 연말까지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을 두고도 이같은 전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느려지는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국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내년 중반까지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흥시장이 더 심각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2022년, 2023년의 세계 평균 물가상승률이 각각 4.345%, 3.813%, 3.304%라고 추정했다.

내년만 놓고 보면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2.334%, 4.906%로 신흥시장의 물가상승 속도가 선진국보다 2배 가까이 빨랐다.
대부분의 신흥시장 국가들은 국민들의 생활필수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에너지와 식료품을 동시에 자급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수입 가격이 오르면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다. 브라질 물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0.67% 올랐고 월간 상승률은 1.25%포인트 증가해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연간 기준 19.9%에 달해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달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도 8.1%를 기록해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중국의 물가 수준은 10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1.5% 상승해 2020년 9월 이후 가장 빠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의 물가도 지난 10월에 1년 전보다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경제전망에서 올 한해 한국의 평균 물가상승률이 2.3%라고 전망하면서 내년에는 상승률이 1.7%로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 물가는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는 등 자본시장에 대는 돈줄을 죄면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신흥시장에 풀려있는 자금이 고금리를 찾아 선진국으로 돌아가면서 신흥시장은 환율이 오르고 생필품 수입이 더욱 어려워진다. 10일 발표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6.2% 올라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현지 전문가들은 3개월 안에 물가상승률이 7%대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동시에 미국 기준 금리가 내년 여름에 오른다고 전망했다.

■내년 중반까지 계속 올라

주요 정책담당자들은 물가상승 속도가 내년 중반이면 느려진다고 보고 있다. IMF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12월에 최고치를 찍고 내년 중반에 2% 수준으로 내려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의 물가상승률도 올해 말에 6.8%까지 오른 뒤 내년 중반에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3일 발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내년 2·4~3·4분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보고서에서 일반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개인소비지출(PCE)로 따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으며 상승률이 올해 연말에 4.3%에서 내년 6월에 3%로 내려가고 내년 12월에는 2.15%까지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미 금융기업 PNC파이낸셜의 거스 파우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원자재 운송용 벌크선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선지수(BDI)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DI가 지난달 7일 10년 만에 최고치(5650포인트)에 도달했지만 갑자기 폭락하며 이달 5일 2715포인트로 반토막 났고 국제적으로 운송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BDI 하락은 경제 과열이 역전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최소한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이 끝났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0일 공영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수그러들면서 가격 상승은 평탄해 질 것"이라며 1970년대 발생한 세계적인 물가상승 현상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장기적인 물가상승 배제 못해

독일(당시 서독)을 포함해 주요 7개국(G7)의 물가상승률은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5~6% 수준이었으나 1975년 무렵에 10~20%까지 뛰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에나 다시 1960년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당시 국제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성장기를 거듭해 실업률이 크게 낮은 상태였다. 여기에 △미국의 금본위제도 포기로 달러 공급 급증 △노동운동 확산으로 임금 인상 압박 △2차례의 석유 파동이 겹치면서 물가가 치솟았다. 선진국 은행들은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고 결국 1980년대 중반까지 물가는 오르지만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 금융당국은 현재 상황이 1970년대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돈풀기 정책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중국과 유럽발 에너지 부족 사태 △갑작스러운 수요 폭발에 따른 물류 대란 등을 겪고 있다. '공급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 경제학자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는 1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물가상승이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도매 가격, 생산자물가지수는 수년에 걸쳐 매우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가 매우 심각한 물가상승 국면, 장기적인 물가상승 국면에 들어설 때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도매 혹은 생산자물가와 같이 올라간다. 이는 바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물가 패턴이 1970년대에 나타났으며 1981~1982년까지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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