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팔작지붕에 빨간 벽돌까지… 근대건축물 꽃이 피었습니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6 04:00

수정 2021.11.26 03:59

대구 건축문화기행, 어디부터 가실래요
팔작지붕에 빨간 벽돌까지… 근대건축물 꽃이 피었습니다 [Weekend 레저]
천년의 도시 대구에는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대구시 달성군 하산리에 있는 하목정(위쪽 사진)과 대구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주택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사진=조용철 기자
천년의 도시 대구에는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대구시 달성군 하산리에 있는 하목정(위쪽 사진)과 대구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주택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사진=조용철 기자

【대구=조용철 기자】 건물의 아름다움은 단지 건축물 하나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건축물이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이 생활했던 방식, 풍속뿐 아니라 문화와 즐겼던 놀이까지 모든 것이 스며들어 있다. 삶의 애환이 그려졌을 수도, 약간의 허세와 허풍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대구는 조선시대부터 경상 지역의 정치, 군사, 경제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 땐 항일구국운동의 터전이었고 민주화운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이기도 하다. 대구 곳곳에는 이같은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구 건축문화기행을 따라 선현들의 생활상을 살펴본다.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한 '디 아크(The ARC)'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한 '디 아크(The ARC)'

■ 천년대구, 찬란한 역사를 품은 고건축물과의 대화
육신사→하목정→디아 크→도동서원→한훤당

대구의 찬란한 역사를 지닌 고건축을 만나는 천년대구 코스는 동구 코스와 달성군 코스가 있다. 이중 달성군 코스는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육신사(六臣祠)를 출발해 하목정, 디아크, 도동서원을 거쳐 한훤당에서 마무리한다. 차량으로 약 90분 정도 소요된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한 '디 아크(The ARC)'와 만난다. 4대강문화관이라고도 불리는 디아크는 건축물이자 예술작품이다. 세계적인 건축설계가 하니 라시드의 작품으로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과 같은 자연의 모습과 한국 도자기 모양의 전통적인 우아함을 함께 표현했다. 디아크는 동적이면서 정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면이 더해졌다. 디아크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 1층은 상설전시실과 세미나실, 다목적실, 1~2층은 서클 영상존, 3층은 전망대와 카페테리아로 구성돼 있다. 디아크의 관람은 지하 1층에서 시작된다.

하목정은 1604년(선조 37년)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이종문이 세운 정자로 1995년 5월 대구시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됐다. 하목정이라는 명칭은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이곳에 머문 적이 있어 그 인연으로 이종문의 맏아들 이지영에게 써준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로, 우측 1칸에는 앞쪽으로 누 1칸을 첨가하고 뒤쪽으로 방 1칸을 더 만들어 평면이 정자형으로 구성됐다. 처마 곡선이 부채 모양으로 된 특이한 형태의 팔작지붕 기와집이다.

옛 대구연초제조창 직원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수창청춘맨숀'
옛 대구연초제조창 직원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수창청춘맨숀'

■ 대구 르네상스,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태어난 건축물
대구문학관→대구근대역사관→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복합스포츠타운→빌리웍스→투가든→대구삼성창조캠퍼스

대구의 오래된 건물들이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대구 르네상스 코스는 공공의 정책, 기업(민간) 투자가 만들어낸 대구의 새로운 관광명소다. 대구문학관→대구근대역사관→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복합스포츠타운→빌리웍스→투가든→대구삼성창조캠퍼스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도보로 60분 정도 소요된다.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 자리는 1912년 대구 최초의 일반은행인 선남상업은행이 있었던 곳이다. 1941년 식민정책을 지원하는 조선상업은행으로 흡수됐다가 그 뒤 한국 상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영업을 해왔다. 그러다가 2014년 전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이 건물 1~2층은 향촌문화관, 3~4층은 대구문학관이다. 향촌문화관은 1950년대 피란 시절 문화예술인들의 머물던 향촌동 일원과 과거 대구의 모습을 재현했다. 대구문학관은 대구 문학계의 역사와 위상을 증명할 희귀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은 1932년 건립된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활용한 근대문화유산으로 르네상스 양식을 본뜬 건축물이다. 근대 유물과 자료를 비롯해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금고와 우리나라 최초의 시내 버스인 부영 버스 영상 체험 시설이 눈길을 끈다.

수창청춘맨숀은 연초제조창 직원들이 관사로 이용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 예술공간이다. 1996년 폐쇄된 이후 20년이 넘도록 버려졌던 공간을 2017년 되살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다양한 청년예술 활동이 어우러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02년 세워진 영남 지역 최초의 고딕양식 건축물인 계산성당
1902년 세워진 영남 지역 최초의 고딕양식 건축물인 계산성당

■ 대구 브릭로드, 서양 건축가와 동양 기술자가 만들어낸 대구
화교협회→계산성당→선교사주택→계성중학교→성유스티노 신학교→성모당

대구 브릭로드는 대구에서 세계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1900년대 서방 건축가와 동방 건축기술자가 만들어낸 대구 근대 건축투어로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 양식 등 동서양이 조화된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다. 화교협회를 출발해 계산성당→선교사주택→계성중학교→성유스티노 신학교→성모당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도보로 약 40분 걸린다.

화교협회는 1929년 지은 붉은 벽돌의 2층 서양식 주택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252호다. 대구 지역 부호인 서병국이 당시 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국 건축가 모문금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겨 건립했다. 장방형의 평면 구조이며 중복도를 뒀다. 현관은 화강석을 사용해 돌출시켰으며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의 균형미를 이룬다. 벽돌은 평양에서 구워 오고 나무는 금강산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때 HID(방첩대) 건물로 이용되기도 했던 화교협회 건물은 현재도 대구화교협회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경내에는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등 1910년께 세워진 미국인 선교사 주택 3채가 있다. 선교사들이 설계한 이 주택들은 대구 지역에 처음으로 서양식 주거양식과 생활상을 소개한 몇 안남은 근대건축 유산으로 의미를 가진다. 이들 건물은 비교적 잘 보전돼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6년 설립된 사립중학교인 계성중학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중학교 중 하나다. 1919년 계성학교는 대구지역 3·1 운동의 진원지이자 도화선 역할을 담당했다. 2003년 4월 아담스관, 헨더슨관, 맥퍼슨관 등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1914년 10월 개교한 교구 최초의 신학교인 성유스티노 신학교는 현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출발점이 된 건물이다. 드망즈 주교가 신학교 설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 원조를 구했을 때 상하이에 거주하는 익명의 신자가 유스티노 성인을 주보로 모시는 조건으로 거액을 희사해 주보성인의 이름을 따서 '성유스티노신학교'가 됐다.
1945년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되기까지 67명의 사제를 배출했으며, 1991년부터는 대구관구 대신학원이 이곳으로 옮겨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