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은둔형 외톨이 도우려 퇴직금 들고 시애틀로 향했죠"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30 19:00

수정 2021.11.30 19:00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이진혁 기자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은둔형 외톨이를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함께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이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20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를 도와 온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은 일자리와 심리 상담이 대다수"라면서 "사회와 동떨어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리커버리센터는 지난 2003년 그룹홈을 시작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15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리커버리센터가 마련한 그룹홈에서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김 센터장은 신문 보급소를 운영하던 1999년 추운 겨울, 오갈 곳 없는 한 소년을 먹이고 재우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오갈 곳이 없는 4명의 청년과 같이 그룹홈인 바나바하우스를 만든 게 리커버리센터의 효시였다.

넉넉해서 시작한 '도움'이 아니다. 김 센터장은 "2000년대는 허름한 지하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지인이 좋은 일을 한다며 보증금을 빌려준 게 이렇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나은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로 생긴 이혼, 실직, 파산으로 가족 해체가 앞당겨졌고,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사회가 불안정해진 시기에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와서 20대가 됐다"며 "그 사이 학업실패, 취업실패, 왕따, 학교폭력 등을 겪으면서 방 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룹홈 초기 4명의 청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숙고 끝에 그는 12년간 무역 회사를 다니고 받은 퇴직금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김 센터장은 "2018년 1달 동안 미국 시애틀의 도시빈민단체 관계자를 만나면서 여러 노하우를 익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경험은 리커버리센터의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김 센터장은 "마약, 알콜 중독을 치료하는 리커버리카페의 경우 중독자들에 대한 정서적인 치료와 사회화 훈련을 먼저 진행한다"며 "이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야구단과 예술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의 경험은 은둔형 외톨이를 문 밖으로 나오게 했다. 리커버리센터에 온 한 청년은 부모의 욕심으로 주눅이 들어 방문을 걸어잠근 채 20대를 보냈다. 청년은 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청년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외톨이들을 보면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본인이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며 문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본인이 본인을 신뢰하지 못해 경계감이 심하다"며 "조금 더 가까이 오랜 기간 이들과 함께 해야 마음이 열리고 라포(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정부에서 현실적인 사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치유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환주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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