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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아끼려… 美빅테크 CEO, 물러나거나 지분 팔거나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1 17:46

수정 2021.12.01 17:46

MS 주식 절반 매각한 나델라
머스크와 '같은 길' 걸어
베이조스처럼 떠난 잭 도시
경영 손떼고 관심사업에 집중
미국의 소득세법 개정에 앞서 '빅테크' 미 기업 경영진들의 주식 '통 매각'이 줄을 잇고 있다. 당분간 세금을 줄이기 위한 빅테크 기업 경영진의 거액 지분 매각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또한 조 바이든 정부의 '부자 증세'를 앞두고 회사를 떠나는 빅테크 기업인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도 MS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만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님을 뜻한다. 나델라 CEO가 MS 보유지분 거의 절반을 매각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에 따르면 나델라는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MS 지분 83만8584주를 팔았다. 지분 매각 대금은 약 2억8500만달러에 이른다. 잔여 지분은 83만1000주로 시가로 약 2억8000만달러 규모다. 나델라가 MS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자본이득세 인상 방안이 법제화되고, 시행되기 전에 아직 세율이 낮은 올해 지분 매각을 통해 세금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머스크의 선례를 따랐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6일 트위터에 뜬금없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가운데 10%를 매각할지 말지를 팔로워들에게 물었고, 찬성표가 60%에 가까워지자 이를 구실로 삼아 이후 1주일간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이후에도 머스크의 지분 매각은 지속돼 모두 약 860만주, 금액으로는 92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그가 제시한 10% 지분 매각의 절반 정도를 실행했다.

이때문에 테슬라 주가는 폭락했지만 이후 머스크가 스톡옵션 실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이 자리를 잡으면서 테슬라 주가는 다시 안정을 찾은 바 있다.

나델라 역시 머스크처럼 세금을 줄이려고 지분을 대거 내다팔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나델라가 매각한 지분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나델라가 지난 3년간 회사에서 받은 보수는 주식 9300만 달러어치를 포함해 약 1억3700만달러 수준이었다. 나델라는 이틀 동안 3년치 보수의 2배가 넘는 2억85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이례적인 매각 규모다.

나델라가 2014년 초 MS CEO로 취임한 뒤 MS 주가는 연평균 약 35%라는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각각 16%, 14% 상승한 것에 비해 2배가 넘는 상승폭이다.

머스크나 나델라 모두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비관적 회사 전망에 따른 매도는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바이든 정부의 부자 증세 도입을 앞두고 회사 경영에서 떠나는 빅테크 기업인들도 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우주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잭 도시도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트위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이 그간 관심을 쏟아온 가상자산(가상화폐)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잭 도시는 기한이 남은 2022년 주주총회까지는 이사회 멤버로 남고, 이후 이사회에서도 떠날 예정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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